도·감청 논란이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들이 도·감청을 막는 비화 휴대폰을 잇달아 개발한 데다 도청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현실적으로 CDMA 이동통신의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도·감청 논란 확산=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CDMA 이동통신의 경우 41비트 암호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도·감청 논란이 제기돼 왔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말기 업체인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은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의 유선구간에서 보안상 취약점이 있으며 3자통화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도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무선통신의 경우 기지국과 단말기 사이에는 무선으로 연결되지만 기지국간에는 유선으로 연결돼 있다. 대부분 이동전화로 통화할 때 유선통신망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암호화가 필요없기 때문에 도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휴대폰으로 3자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단말기에서 송신된 신호를 기지국에서 음성으로 복원시킨 후 제3자의 음성을 합쳐 디지털신호로 전송하게 되는데 이는 도청이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송 사장은 주장했다. ◆비화 휴대폰 출시=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한 이동통신회사에 비화 휴대폰을 공급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정부의 요청에 따라 비화 휴대폰을 공급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정부측도 도·감청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팬택&큐리텔도 이미 지난해 1월 비화 휴대폰을 개발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출시를 늦춰오다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품을 선보였다. 이 휴대폰(모델명:600S)은 도·감청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비화 및 암호화 기능을 갖췄다. 회사측은 2중 비화장치를 한 이 휴대폰의 경우 단말기 고유번호 복제나 유선망에서의 도청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화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비화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 이달 중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70만원대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