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있더라도 '조흥은행'이란 이름을 지켜 주십시오.' 장철훈 전 조흥은행장이 지난 98년 행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이다. 장 전 행장이 '금융위기 어떻게 오는가-한 은행장이 겪은 IMF 리포트'란 책을 통해 97년 은행장 선임에서 사임까지 18개월 동안의 체험담을 고백했다. 그는 이 책에서 금융위기 이후 퇴출위기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당시 라응찬 신한은행장에게 합병을 제안했던 에피소드 등을 소개했다. 그는 또 두뇌가 명석하고 여신업무 능력이 탁월한 위성복 회장(당시 위 상무)을 후임으로 낙점한 배경과 그를 상무로 3연임시킨 과정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은행권의 뒷얘기도 담았다. 장 전 행장은 특히 책의 말미를 통해 당시 위성복 은행장 직무대행에게 "35년간 생애를 바친 '조흥은행'이란 이름을 지켜 주십시오"란 부탁을 남기고 은행문을 나왔다며 매각의 도마위에 오른 조흥은행의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IMF라는 태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시중은행장으로서 IMF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어 펜을 들었다"고 회고록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