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다. 취약한 수익구조,엄청난 부채,모럴해저드... 국내 기업에 따라다니던 우울한 수식어가 사라지고 있다. "덩치 큰 약골"들은 속이 꽉찬 회사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키워드는 구조조정이다. 돈 안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핵심역량을 집중하거나 자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피나는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부도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던 기업중에도 화의 출자전환등을 통해 부활을 위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와 향후 전망등을 조명해본다. -------------------------------------------------------------- 삼성테크윈의 옛 이름은 삼성항공이었다. 카메라와 헬리콥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나 IMF위기 이후 회사이름이 삼성테크윈으로 바뀌었다.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재무상태 사업구조 등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무엇보다 재무구조가 가장 많이 변했다. 지난 99년 1조2천1백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8천1백억원으로 줄었다. 이자비용은 연간 1천7백90억원에서 8백7억원으로 절반이상 감소했다. 더 큰 의미는 부채감소가 증자 등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순전히 자산을 팔거나 번 돈을 가지고 빚을 갚았다. 한양증권 정진관 연구위원은 "내년까지 삼성테크윈의 순차입금은 5천7백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입금 감소와 함께 시장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회사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다. 지분법 평가손이 평가이익으로 전환된 게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옛 삼성항공에서 떨어져 나간 우주항공이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삼성정밀화학도 실적이 호전됐다. 이에 대해 정연구위원은 "우주항공은 삼성테크윈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사시킨 것이고 삼성정밀화학은 기업의 내적 변화를 통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앞으로 지분법 평가손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수익구조의 가장 큰 장애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사업구조면에서도 변화는 두드러진다. 광디지털 반도체시스템 등의 매출이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반도체장비시장이 위축됐지만 삼성테크윈의 매출은 큰 기복이 없었다. 또 광디지털은 매년 큰 폭의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반도체장비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여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광디지털 제품 수요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올해부터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