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SOHO.소규모 자영업자) 시장이 올해 은행권의 최대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대출이 정체되면서 돈 굴리기가 어려워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승부를 걸면서 그동안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소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호 대출시장은 지난해 50조원대로 성장한데 이어 올해는 1백조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은행권 소호대출에 '승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올해 중소기업(소호대출 포함) 원화대출 목표를 작년에 비해 16~32% 높여 잡고 연초부터 대출 세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대기업대출은 5% 안팎,가계대출은 10~15% 정도 늘리기로 한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소호사업자에 대한 과학적인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고 소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은행은 전국 1천2백여개 영업점 가운데 명동과 여의도 영업부 등 3백7개점에 'SOHO금융팀'을 두고 나머지 영업점에는 전담직원을 배치했다.


고객의 범위는 매출액 20억원 이하의 자영업자와 매출액 20억원 및 여신금액 5억원 이하의 소규모법인 고객으로 잡았다.


전국에 1천3백여개의 점포를 거느린 국민은행의 소호시장 진출은 은행권 소호열풍에 불을 지폈다.


우리은행은 올해 중기대출 목표를 작년말 잔액(21조8천억원) 대비 27.5%(6조원) 높여 잡았다.


우리은행은 목표 달성을 위해 중기대출 전담 5개 기동심사반과 업종별 전문가 5개반을 총동원해 현장에서 기업의 신용상태를 평가한뒤 즉석 대출하고 있다.


중기대출에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중기대출을 작년 연말잔액(14조원) 대비 32% 4조5천억원(중기 2조원,소호 2조5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지원팀을 확대하고 소호 전담 사업금융지원팀을 신설하는 한편 기업금융 점포를 36개 증설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중기대출 목표를 25%(2조5천억원) 정도 늘려잡고 담당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를 위해 지난해 작년 7월 스몰비즈팀을 발족시켰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분야의 강점을 살려 올해 '소호 대출'을 집중 판매상품으로 정했다.


기업은행은 64개의 소기업 전담조직인 드림기업팀을 올해 1백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중기대출을 작년말(12조7천5백92억원)에 비해 29.7%(3조7천8백억원) 정도 확대하기로 하고 기업금융본부를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고객사업본부로 바꾸는 등 영업 전열을 정비했다.



<>소호시장 급팽창


지난해 10월말 현재 소호 대출은 51조2천억원으로 작년 12월말(34조6천억원)에 비해 48.2%(16조6천억원) 증가했다.


소호 대출의 업종별 구성은 도소매업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 비제조업이 77.2%,제조업이 22.8%로 비제조업에 편중되고 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 20%, 부동산업 18.6%, 음식.숙박업 14.3%, 건설업3.9%, 기타 20.4% 등이었다.


이처럼 소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은행연구팀 최종호 과장은 "향후 은행간 소호 대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소비.향락 업종에 과도한 여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은행들의 소호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모호한데다 별도의 금리체계나 대출기간을 적용하지 않고 있고 업종별 대출취급 제한도 없는 등 부실화 가능이 있어 엄격한 신용평가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업은 돈을 쓰려고 하지 않고 가계대출은 정부에서 강력하게 억제하고 나선 상황에서 은행이 유력한 대출선으로 개인사업자를 주목한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러브호텔이나 룸살롱 등 향락업종에까지 경쟁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은행권 스스로 고민해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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