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간 품질제일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이야기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품질 '최우선'이 실천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 돈이 되는 투자'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품질은 과연 돈이 되는 투자인가.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타이타닉의 침몰이 주는 교훈을 살펴보자. 1912년 4월10일 '침몰할 수 없는 배'라는 별칭을 가진 타이타닉은 영국의 사우스햄튼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처녀 운항에 나섰다. 운항 5일째 되던 4월14일 밤. 평소와는 달리 달빛도 바람도 너울도 없었기 때문에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미끄러지듯 순항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이 잠든 11시40분 경계근무를 하던 승무원이 경고벨을 3번 반복해 울리면서 선장에게 다급하게 전화했다. "바로 앞에 빙산이 있습니다. 빙산." 이를 피하기 위해 엔진을 끄고 뱃머리를 급히 왼쪽으로 돌렸으나 빙산은 약 10초 동안 오른쪽 뱃전을 세차게 치고 긁었다. 충격에 놀란 선장은 운항실로 뛰어들어 왔다. 승무원들은 이 배를 설계한 앤드루스에게 급히 연락했다. 선박의 상태를 점검한 두 사람은 배의 앞 부분에 있는 5개의 방수 격실(隔室)에 물이 차는 것을 보고 타이타닉의 침몰을 예상했다. 구명보트를 띄울 준비가 끝나자 선장은 먼저 여자와 어린이들을 태우라고 지시했다. 빙산과 충돌한지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12시45분에 캄캄한 바다 위로 첫번째 구명보트가 띄워졌다. 최초의 보트가 내려지자 조난을 알리는 신호포를 발사했다. 구명보트를 띄우는 동안 배의 앞부분은 계속 침수됐다. 배의 뒷부분은 허공을 향해 점점 더 높이 들려 올라갔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비명 속에 새벽 2시17분이 되자 허공을 향해 들려 있던 타이타닉은 뒷부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두 동강 났다. 순식간에 불이 꺼지면서 두 조각 난 배는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타이타닉의 운명은 이렇게 끝이 나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사람들은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렸다. 2천2백24명의 승객과 승무원중 산 자는 7백11명, 죽은 자는 1천5백13명이었다. 이로부터 7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1985년 9월 미국의 발라드 박사는 프랑스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수중 음파탐지기와 이에 연결된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캐나다 뉴파운드랜드 남서쪽 해저 3천8백m터가 넘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 있는 선체를 발견했다. 정밀탐사를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중 하나는 타이타닉의 침몰 원인에 대한 종래의 가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래 타이타닉에 침몰에 대해서는 '깨지기 쉬운 강철(Brittle Steel)' 이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철강이 얼음물과 같은 찬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철강 속에 있는 불순물 때문에 유연성이 저하돼 충격에 약하다는 것. 그러나 빙산과의 충돌 때문에 가라앉은 선체 표면의 철판에서 깨진 곳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선체 표면이 휘어졌거나 철판의 이음새 부분이 벌어진 곳이 많았다. 이들을 조이는 리벳 못이 튀어 나가고 없는 곳도 많이 관찰됐다. 또한 리벳의 머리부분이 잘려 나간 곳도 적지 않았다. 리벳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포케 박사는 난파선에서 수거한 48개 리벳의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광석이 용해될 때 생기는 찌꺼기인 슬래그 함유량이 기준치의 3배가 넘는 것이 19개나 발견됐다. 결국 타이타닉의 침몰 원인은 철판이 아니라 작은 리벳의 결함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일반적으로 품질혁신의 가장 큰 장애는 '품질을 높이려면 비용이 추가된다'는 고정관념이다. 품질을 높이는데 비용이 들어가는 이유는 최초에 올바르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의 비극적 최후는 이러한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품질시스템이란 검사를 통해 잘못된 것을 가려내는 검사시스템으로 인식돼 왔지만 현대적 품질경영에서는 불량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예방시스템을 지칭한다. '최초에 올바르게 하라(DIRTFT:Do It Right The First Time). 그러면 품질을 높이고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박영택 <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학부 교수 ytpark@skk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