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우주탐사 '예고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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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일 발생한 컬럼비아호 참사사건을 접한 미국인들은 재작년 발생한 9·11테러를 떠올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가르는 화염과 비행기 파편 그리고 영웅들의 죽음,이 모든 것들이 9·11테러 당시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호 참사는 이라크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줬다.
컬럼비아호에 탑승했던 7명의 승무원은 모두 사망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우주개발프로그램의 역사에서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NASA)은 즉각 이번 사건은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의 원인은 왼쪽 날개의 특수 세라믹 타일이 손상돼 대기권 진입시의 온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혹자들은 이번 사건이 NASA 예산의 삭감과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운영의 민영화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건 전 세계 사람들은 이번 사고로 항공우주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유인우주탐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됐다.
사실 NASA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대다수 미국인들보다 덜 놀랐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고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개발한 5대의 우주왕복선은 모두 70년대에 설계된 것들이다.
왕복선 개발에 참가한 이들은 종종 우주왕복선 발사의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특히 우주선 발사와 지구대기권 진입 때는 더 큰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이 미국의 유인우주탐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치 않다.
회의론자들은 우주정거장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떠한 방식으로 우주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할 것인가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컴퓨터를 통한 원격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인간이 우주왕복선을 타고 직접 우주로 나가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유인우주왕복선을 이용한 우주탐사가 지닌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NASA는 "유인우주탐사가 미국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라며 미국인과 정치인들을 설득해왔다.
그리고 이 설득은 성공했다.
따라서 컬럼비아호 참사를 지켜본 많은 미국인들은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최상의 방법은 유인우주탐사 계획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인들의 이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한 상원의원은 "우리는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주탐사계획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공개된 2004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주왕복선사업 관련 예산을 7억7천만달러 가량 늘렸다.
그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고 직후 "유인 우주탐사 계획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컬럼비아호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의 문제점이 전 세계에 드러났지만 NASA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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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넷판(2월3일자)에 실린 'The lessons from Columbi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