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지방변호사회 정재형 변호사가 대구지회소속 변호사 1백2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1.8%가 "앞으로 변호사 지위가 '내려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현상유지는 할 것'이라는 대답은 16.5%였고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자는 단 1명(0.8%)에 불과했다. 합격만 하면 일생이 보장되는 최고의 자격시험으로 각광 받아온 변호사의 위상변화는 연수원시절부터 절실하게 감지된다. 지난달 21일 제32기 수료식이 열렸던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평소 적막하기만 했던 곳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행사장의 분위기는 '활기' 넘치던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성적우수자로 상을 받는 일부 수료생을 제외하곤 '출전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장감마저 느껴져 졸업식 분위기는 차분했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한해 1천여명으로 증가,'변호사 대량 공급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소득 특권층'으로 통했던 변호사들이 치열한 '시장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법조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연수원 수료생들의 처지는 실로 고단하다. 이들은 수료식을 마치자 마자 심각한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다. 제32기 사법연수원 수료생 7백98명 중 판·검사로 임용되는 예비법조인은 1백90명에 불과하다. 군입대,국가기관이나 사회단체,대형로펌,대기업 등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3백70명의 연수원 수료생들은 당장 개인변호사로 개업해야 할 상황이다. 화려한 재조경력을 가진 베테랑 변호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변호사의 상당수는 향후 지위가 내려갈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들도 이젠 특권의식 상실과 무한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며 "2005년 법률시장마저 개방되면 장래에 대한 상황은 더욱 비관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험 한번만 잘 보면 대번에 '신분격상'을 이룰 수 있어 최고의 인재들이 인생을 걸었던 '천하의 사시'도 국경마저 뛰어넘는 '무한경쟁시대'의 큰 흐름에는 적응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김태철 사회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