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山海珍味 다 모였다 .. '중화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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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중국음식이 우리에게 소개된 때는 임오군란 무렵이다.
중국군을 따라 들어온 중국인들은 호떡집과 국수집을 내고 곁들여서 요리들을 선보여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후 4대문 안에 고급 요릿집들을 잇따라 내고 인천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그들의 음식문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전수해준 화교들의 공로는 군사정부의 정책과 배타적 인식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세계 최고의 상술도 우리의 민족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중국요리는 자장면과 탕수육,만두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반세기 넘게 서민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소득의 증대는 잠자고 있던 식욕을 자극했고 신세대들과 조선족 동포의 출현은 다양한 기호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결국 최고급 호텔의 중식당에서부터 퓨전 레스토랑 심지어는 조선족 가정요리까지 그 폭이 넓어지고 있어 우리의 혀를 즐겁게 한다.
"청담동에서 가리봉동까지" 다양한 중화요리의 세계를 소개한다.
T-BASE(지하철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 앞,02-574-9260)=정통 북경요리 분야에서 손꼽히는 "고수"인 왕흥의 선생이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중식당이다.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수준 높은 요리로 최고급 중식당들을 위협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동파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재단하고 다시 한번 튀겨 죽순,버섯,청경채로 볶은 "슬림육"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튀긴 돼지고기의 육질이 그만이고 소소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비취금수구"는 아슬아슬한 모양새가 요염하다.
속살이 비칠 정도로 투명한 배춧잎으로 전복,게살,소라 등의 재료를 감싸 내온 모양에서 공력이 느껴진다.
잘게 다진 새우살을 도톰하게 쥐어 빚어내고 통깨를 골고루 밖아 두 가지 소스로 맛을 표현한 "음양하구"는 중국요리의 진수다.
태극 모양으로 가르마를 타고 대비되는 두 가지 소스로 새우의 진미를 살려 낸 수작.끝마무리 식사로는 새우 부추덮밥을 추천하고 싶다.
빛깔 고운 부추는 익힌 후에도 색과 향을 잃지 않는다.
소금 하나로만 간을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손맛을 보여준다.
동북삼성반점(가리봉 오거리와 지하철 남구로역 중간,011-9042-3888)=귓전을 맴도는 날카로운 옌벤 사투리와 이국적 향내들로 가득한 가리봉동 조선족거리를 걷다보면 중국식 가정 요리를 주특기로 하는 "동북삼성반점"을 만나게 된다.
우리네 탕수육을 많이 닮은 "꿔버요우"는 돼지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뒤 식초와 설탕으로 마무리한 음식.처음엔 강한 식초 향이 거슬리지만 돼지고기 특유의 향을 적당히 눌러 주기 때문에 중화되어 입 속에 잔잔히 퍼진다.
세 가지 야채를 넣어 센 불에 잽싸게 볶아 주는 "디샨센"은 조선족 여성들이 많이 찾는 담백한 요리.알맞게 익은 감자는 속살이 보드랍고 아삭거리는 피망과 물컹거리는 가지는 뜨거운 기름을 한껏 머금고 있다.
갈치를 도톰하게 토막쳐 전분 가루를 입힌 후 기름에 튀겨 야채와 간장소스를 얹어 내는 "홍쏘또위"는 센 불에 튀긴 생선살의 씹는 맛이 각별하다.
우리의 갈치조림과 비슷한데 진한듯한 간장 소스와 생선이 썩 잘 어울린다.
호기심 많은 식도락가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식당이다.
빠진(청담동 프라다 매장 뒤,02-3442-0087)=청담동 일대를 휘저어 놓았던 퓨전의 열풍이 시들해진지 오래지만 빠진의 인기는 여전하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걸맞는 서비스와 독특한 다국적 요리가 인상적이다.
가격이 센편이어서 메뉴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새콤달콤한 해산물 샐러드"부터 시작해 보자.가이바시라,복어살,새우,갑오징어 등 내용물이 싱싱하고 알차다.
다음요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전채의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스프는 산라탕이 적당하다.
팽이와 게살의 대비되는 씹힘이 보드라운 스프와 어울려 진한 기억을 남긴다.
메인디쉬로는 "진피를 이용한 소스의 가자미 튀김"을 추천하고 싶다.
가자미의 살과 뼈를 분리해 따로 튀기는데 밑간을 한 살은 저온과 고온에서 두 번 7분 정도 기름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진피,샐러리,피망 등을 전분과 함께 볶아 튀긴 뼈와 살 위에 듬뿍 올린다.
가자미 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야채며 살을 골라먹다 보면 소스가 튀긴 뼈에 흥건히 베어드는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생선뼈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디저트와 와인의 구성도 알차다.
김유진 맛칼럼니스트.MBC PD showboo@dreamwiz.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