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장은 있다. 명실상부한 1등 회사가 아니라면 지금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보다 더 나은 일터는 분명히 있다. 다만 직장인들은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 근무하는 것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더 나은 곳이 있지만 옮기기에는 전환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도 해서 그냥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옛날 얘기'다. 이제 직장인들은 더 나은 직장이 있으면 그곳으로 옮겨가고 싶어한다. 탈출구도 열렸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고 자주 옮기는 사람들을 철새 취급하던 풍토도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좋은 직장'은 가만 있어도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직장은 사원 이직률이 높아져 고민하게 된다. 연봉이나 급여만이 문제라면 모든 인재는 연봉을 가장 많이 주는 회사로 몰려가게 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려는 사람들은 비록 연봉이 적어도 벤처기업으로 옮겨갔다. 거대 조직의 부속품이 되기보다는 작은 조직의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꿈을 키운다. 급여만을 갖고 이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 좋은 직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정신까지 붙들 수 있으면 좋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희망과 꿈을 읽고 그것을 실현하는 일터로 만들어 줄 수 있어야 이상적인 직장이다. 직장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일하기에 훌륭한 직장'을 선정한 미국의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일하기에 훌륭한 직장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상하간의 신뢰, 회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동료와 일하는 재미 등이었다. 여기엔 돈이 끼어들 틈이 없다. 신뢰와 자부심과 재미를 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복지제도다. 일터에서 가장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같이 모색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정성'이요 '진심'이다. 복지 제도가 협상이나 갈등의 산물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런 정성과 진심이 모여 기업문화가 되는 것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