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구 파리특파원의 '명품이야기'] '名品' vs '明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고급 브랜드 제품을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는 프로뒤 드 뤽스(produit de luxe)라고 한다.
영어로는 럭서리 굿즈(luxury goods)다.
두 단어 모두 "빛"을 뜻하는 라틴어 럭스(lux)에서 파생된 말이다.
명품이란 "화려한 빛을 발하는 최고급품"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명품(名品)"이 아니라 "명품(明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름 명"자(名)를 딴 명품(名品)은 "브랜드 제품"이란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도 브랜드를 뜻하는 명품(名品)이란 단어가 있다.
프로뒤 드 마르크(produit de marque)가 바로 그것이다.
명품은 장인기술로 제작된 최고급 품질의 제품으로 대량 생산된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된다.
프랑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장 샤를르 카스텔바작은 "명품은 소비자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줘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고급 브랜드라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지 못하면 명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의 일이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에도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실사 후 "캘빈 클라인은 명품(明品)이 아닌 명품(名品)"이라며 인수 제의를 거절했다.
캘빈 클라인이 지명도 높은 고급 브랜드이긴 하지만 루이뷔통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같은 명품을 다루는 LVMH 그룹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는 한 제품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타 포르테(고급맞춤복),시계,핸드백,패션 액세서리,향수 등 다양한 파생상품도 거느리고 있다.
피혁 전문 브랜드였던 프라다와 구치가 세계적 종합 명품 브랜드로 발전한 것이 그 예이다.
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경우도 향수가 총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지난 80년대 후 명품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산업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유럽 명품업체들의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일부에서는 아직도 명품을 "호화사치품"이라며 여겨 경멸하는 눈빛을 보낸다.
명품의 나라에서는 빛을 뜻하는 "명품(明品)"이란 말에 경멸의 뜻이 전혀 없다.
명품을 단순히 호화사치품으로 치부하는 한 한국 명품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유럽 명품업체들의 주요 시장에서 벗어나 고부가 명품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려면 명품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파리=강혜구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