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인은 아니지만 '재계 빅4' 출신의 회장 체제를 탄생시킨 전경련은 한층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전경련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재계 수장(首長)으로서 손 회장은 새 정부의 '기업개혁 공세'에 원만하게 대응해야 하고 재계를 보다 강력하게 결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의 대립관계를 해소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조직으로 전경련의 위상을 재정립해 재계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와의 협력관계 =당장 새 정부와의 갈등관계를 씻고 대화를 통한 협력관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내놓은 기업개혁 정책은 그동안 재계가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며 신중히 추진토록 거듭 건의했던 사안들이다. 전경련이 최근 인수위측과 마찰을 빚은 정책방안들만 해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 제도 유지문제,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문제,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도 문제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들 방안은 하나하나가 모두 민감한 내용들이어서 전경련은 새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재계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집단소송제 등 주요 기업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여서 전경련의 행보를 더욱 옥죄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수락조건의 하나로 '정부와의 협력'을 내세운 만큼 대기업 개혁을 둘러싼 차기 정부와 재계간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특히 "재계와 전경련이 새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책임)를 발휘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측에서도 "손 회장은 합리적인 사고와 선진적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는 무난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결속과 화합 =손 회장이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결속을 일궈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60개 단체를 포함한 4백4개 전경련 회원사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손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주요 총수들이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아무래도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손 회장이 회장직 수락조건으로 '회장단의 절대적 지지'를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손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자주 참석해 사실상 '빅4 그룹'을 대변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회원사를 결속시키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