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희 한화증권 사장(55)은 오는 3월2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갈고 닦은 마라톤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제6회 서울마라톤대회. 지난해 5회 대회에서는 10㎞ 종목에 출전해 가까스로 완주했다. 올해는 하프코스(21.0975㎞)에 도전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0㎞ 뛰는 것도 무척 힘들었습니다.그동안 충분히 연습했고 또 다른 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뿐히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완주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을 많이 제치고 상위권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 안 사장이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주말에 등산을 함께 다니는 한화증권 사우 7명과 도봉산 등반을 마친 후 막걸리 한잔을 하고 있는데 마라톤이 우연히 화제에 올랐다. 안 사장은 등산뿐 아니라 평일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마라톤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평소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숨이 차오르면서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유산소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마라톤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와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했더니 모두들 찬성하더군요." 처음에는 업무를 마친 후 오후 6시쯤 여의도 공원에 모여 공원 주변을 2회 뛰는 것으로 시작했다. 5㎞ 정도 되는 거리였다. 몇 개월 후에는 여의도공원에서 출발,여의도 한강둔치를 끼고 양화대교를 왕복해 돌아오는 10㎞ 코스로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늘렸다. "고등학교 시절 중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어 달리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초기에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1주일에 3∼4회씩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니까 뛸 수 있게 되더군요.체력이 향상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몸이 좋아져서 술이 세지는 건 문제죠." 안 사장은 하프코스에 만족해 하지 않는다. 올해 마라톤 풀코스(42.195㎞)에 도전할 계획이다. 언젠가는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완주하는 게 '마라토너' 안 사장의 꿈이다. 안 사장은 '30년 증권맨'답게 투자와 마라톤에서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한다. "투자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 마라톤에서는 지구력과 스피드를 고루 갖춰야 합니다.지구력이 안정성이라면 스피드는 수익성이라고 할 수 있죠.등산과 마찬가지로 마라톤도 투자에 필수적인 변화와 리스크감각을 필요로 합니다.뛰는 코스와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장시간 달리다 보니 순간순간의 상황에 잘 대처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을 할 때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되는 것에서도 투자의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안 사장은 말한다. 마라톤이나 투자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한번 멈추면 다시 뛰기 힘들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자기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강자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자를 만드는 운동이 마라톤"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