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대인 7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복권방인 '복권명당'.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이 사상 최고액인 7백억∼8백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식에 추첨 하루 전인 이날도 '대박의 주인공'을 꿈꾸며 몰려든 사람들로 10평 남짓한 가게는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작업복 차림부터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은 직장인까지 나름의 '황금번호'를 적은 쪽지를 꺼내놓고 OMR카드 해당 번호에 '혼을 다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칠해 나갔다. 회사원 김모씨(34)는 "여기서 다른 복권 1등이 몇 번이나 터졌다네요.왠지 이 가게에서 사면 '한 방 터뜨릴 것' 같은 '감'이 들어 분당에서 왔죠"라고 말했다. "소문 듣고 오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하루 1천5백만∼2천만원어치 로또복권을 팔아 전국 최고의 매출을 올린다는 '복권명당' 주인 신동선씨(68)가 대뜸 받아쳤다. "물밀듯 사람이 몰려드는데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용지(OMR카드)가 모자라서야.이러다간 인심까지 잃게 생겼어.일부러 안파는 게 아닌데 말이야." 그는 "회사 직원 나눠준다고 용지를 한꺼번에 1백∼2백장씩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98년부터 소일거리 삼아 아내가 운영하는 약국 옆에 복권방을 차렸다는 신씨는 "기현상이야.복권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다니.아침 8시반에 문을 여는데 그때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더라고.점심을 오후 4시나 돼서야 먹으니 말 다했지"라며 빠른 손놀림으로 손님들에게 복권표를 나눠줬다. 그는 혼자 장사하기가 힘에 부쳐 아들 딸 며느리까지 복권 판매에 동원했다. 복권방 주인 신동선씨는 로또 '광풍' 덕에 장사가 잘 돼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과열 현상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는 "나야 돈 많이 버니까 나쁠 게 없지.하지만 농촌지역,가까운 파주만 가봐.'로또' 하려고 땅까지 판다는 소문이 돌더라고,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탕주의'니 '복권공화국'이니 하는 말이 나도는 거야.복권은 건전한 오락인데 말이야"라며 착찹해 했다. 그는 로또가 과열 현상을 빚는 데는 처음부터 적절한 규제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당 구매 한도액을 10만원으로 해놓으면 뭘해.누가 얼마나 샀는지 알 길이 없으니 전국을 돌며 1억∼2억원어치 사도 그만이지." 1등이 나와 돈벼락을 맞든 2,3등이 당첨금을 나눠 가지든 복권사상 최대 당첨금이 걸린 이번주가 지나면 로또 열풍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동선씨. 그는 "식구들은 절대 로또 못하게 해.물론 나도 마찬가지야.손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도 있지만 그 엄청난 돈 공짜로 얻는다고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야.땀흘려 일해 버는 돈이 진짜잖아"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