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특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의 배후거점 대학으로 성장한다.' 지방대들이 재도약의 기대에 들떠 있다. 차기 정부의 지방 순회토론이 진행되면서 각 대학마다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위해 이공계 분야를 특성화시키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만난 모교 총장, 이번에는 '광(光)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의 거점대학인 전남대편을 마련했다. 정석종 전남대 총장과 문주남 대동산업 회장이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지방대의 전략'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 ▲ 문주남 회장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론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대학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산업현장을 체험하면서 현실과 이론을 접목시켜 나간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 정석종 총장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학부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 초 캐나다와 미국의 미주리대 칼튼대 네브라스카대 유타대 등과 생명과학(BT)과 정보기술(IT) 분야의 공동연구를 위한 세부방침을 마련했죠. 또 현장과의 연계성을 살리기 위해 국책연구비 1백50억원 규모의 산.학.관 협력을 하고 있으며 16곳의 광산업 및 정보기술센터를 정부 부처와 공동 운영중입니다. 이밖에 기업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2학년부터 실시하는 인턴십 과정을 15학점까지 인정해줄 생각입니다. ▲ 문 회장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정 총장 =그렇습니다. 정부는 전략적으로 대학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늘려줘야 하고 기업도 꾸준히 연구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지금처럼 1년 단위로 연구실적을 평가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 국가예산 중 5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때 구체적인 성과를 비교해 투자해야겠죠. ▲ 문 회장 =대학마다 특정 학문분야를 특성화시키는 노력들이 진행중이라는데요. 전남대는 어떤가요. ▲ 정 총장 =IT BT 문화예술(A&CT) 화학(ChT) 나노과학(NT) 등 5대 분야를 중점 육성하고 있습니다. IT의 경우 2001년 정보기술 관련 학과를 통·폐합했으며 지난해부터 1백54억원을 들여 IT 전용관을 짓고 있습니다. BT 분야는 4개의 생명과학 관련학과를 통합해 올해부터 본부 직속의 생명과학학부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A&CT를 위해 지난해 '용봉문화관'을 열어 지역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발굴하고 있죠. 또 지난해 10개 학과 31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나노기술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세계 17개국 59개교와 교류협정을 맺고 학문의 국제화에도 앞장서는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죠. 이런 노력의 결과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조사에서 전남대는 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등록된 논문 수가 전국 대학 가운데 10위, 국립대학중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 문 회장 =수험생 수에 비해 지금 대학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일종의 중복투자라고 할 수 있겠죠.대학도 이제 제휴나 연합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정 총장 =맞습니다. 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은 지난해보다 올해 6개가 늘어 2백개에 달합니다. 전남.광주지역에도 최근 많은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죠. 앞으로는 대학정원을 줄이고 강사 및 학생 교류를 통해 학교간 통.폐합이 가시화될 겁니다. 또 중소도시 지역의 소규모 대학들과도 특성화 분야별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문 회장 =지방대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지방대 발전을 위해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요. ▲ 정 총장 =매년 서울지역의 대학으로 지방의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가면서 지방대의 질적 저하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남대는 아직까지 정원 미달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농어촌지역 출신, 경시대회 입상자 등을 특별전형을 통해 우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대학에 제공하는 지원금을 공정한 평가를 통해 지원해야 합니다. 또 차기정부가 밝힌 바 있는 지역인재할당제와 형평성있는 인재채용제도도 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 문 회장 =앞으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하지만 외국바이어 앞에서는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합니다. 토플(TOEFL)이나 토익(TOEIC) 등 보여주기식 영어공부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 같아요. 이공계 학생들도 마찬가지죠.전공지식만 알았지 현장에서의 응용능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또 인성교육도 아직까지 미흡해요. 기회가 닿는다면 모교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를 통해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경험과 현장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 정 총장 =좋은 지적입니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어학실력과 인성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남대는 매년 교환학생 파견, 해외 현장실습, 어학연수, 세계교육기행, 해외봉사활동 등을 통해 국제화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학박람회 등을 통해 외국학생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겁니다. 이밖에 학생들의 어학실력 향상을 위해 '글로벌 잉글리시' 프로그램이란 졸업인증제도 추진하고 있죠. ▲ 문 회장 =대동산업은 타일 등의 건축자재 제조업체입니다. 국내 10여곳에 불과한 동종업체와 비교해 생산규모와 품질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죠. 2001년 3백억원을 들여 천안에 공장을 설립해 사업규모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을 정확히 예측하는 경영방식이 많은 도움이 됐죠. 대학도 이제 기업체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 총장 =전남대도 그동안 불필요한 인력 및 조직을 줄이고 경쟁력있는 분야를 특성화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습니다. 공대 응용화학부와 화학공학부를 하나로 묶어 응용화학공학부를, 정보통신공학부와 컴퓨터정보학부를 통합해 전자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를, 미술학과와 미술교육과를 미술학과로 통합시켰으며 상업교육과는 폐과시키는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산업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있죠. 광소재부품연구센터를 통해 광주지역의 주력 특성화산업인 광산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고품질전지전자부품 및 시스템연구센터(RRC)와 생물산업분야의 호르몬센터, 농업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SRC)를 운영, 지역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 및 부속기관간 경쟁체제를 도입해 특성화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