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권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채권버블 혹은 매집현상까지 일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책금리인 기준금리와 모든 채권수익률간의 스프레드가 1%포인트 이내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입증 사례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채권보유 물량이 적정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한 채권보유 물량은 현재는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 이상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뚜렷한 대체 투자수단의 부족으로 국제투자자금의 채권매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이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북한의 핵문제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안전자산으로 채권이 부각되고 채권보유물량도 크게 늘어났다. 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이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면서 적정수준으로 환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제는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국제금융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은 암울해 보이는 세계경제가 의외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경제만 하더라도 올 하반기 이후 'U'자형 혹은 'V'자형 경기회복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벌써부터 올 4·4분기 이후 미국경제성장률이 3%대로 잠재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재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적정수준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한 나라의 금리가 경제여건에 비해 적정한가를 판단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이용해 세계금리의 적정수준을 계산해 보면 현재 세계 평균금리는 적정수준보다 약 2%포인트 낮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수준보다 밑도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갈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돈이 쓰일 곳에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해짐에 따라 지난해말 이후부터는 이를 규제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정도가 연착륙이나 경착륙이냐는 문제는 각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국제적인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 펀드들도 그동안 안전자산을 선호(flight to quality)해 왔으나 이라크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글로벌 펀드간에 앞말이 뒷말을 끌어주는 소위 밴드 웨건(Band Wagon) 효과까지 일어나면서 단기간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앞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이 종식된 이후 경제가 어느 정도 받쳐주기만 한다면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는 빠른 속도로 인상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만 하더라도 현재 예상대로 4·4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서면 올해안에 금리가 한차례 인상될 것으로 보는 기관들도 의외로 많다. 채권수급 측면에서도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각국의 재정수지와 재정계획을 감안할 때 신규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올해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를 대신해 회사채를 직접 금리조절풀(pool)로 사용할 경우 국채에서 회사채로의 교환현상(switching)까지도 예상된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이라크 전쟁이 끝날 경우 곧바로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근의 채권버블 혹은 매집현상이 채권덤핑 현상으로 급반전하면서 채권수익률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일부 기관투자가 혹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채권이면 무조건 사놓고 보자'는 식의 채권매집은 경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채권보유를 늘리고 있는 행위는 의외로 큰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대내외 금융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변할 것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