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신임 전경련 회장의 취임과 함께 전경련이 채택한 결의문을 보면 동북아 경제중심국 건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비롯 차기 정부의 국가전략과 정책에 대한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전경련의 결의'는 어떻게 보면 재계가 제안한 일종의 '정부-기업 파트너십'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자주 나왔던 용어가 바로 '정부-기업 파트너십'이다. 그들이 선거전에 나섰을 때 내걸었던 '이 멍청아,중요한 건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구호부터가 '정부-기업 파트너십'을 깔고 있었다. 전자정부 등 행정개혁도 '정부-기업 파트너십' 추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었고,특히 고어 부통령이 주목했던 기술혁신만 해도 그 주된 동력(動力)을 '정부-기업 파트너십'에서 찾으려 했다. 비단 중앙정부만이 아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리치몬드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살기좋은 도시'를 내걸면서 그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정부-기업 파트너십'이다. 보수적이고 자존심이 강했던 이 지역의 'Old Dominion'이란 별명을 'Silicon Dominion'으로 바꾸기 위해 시정부가 찾아낸 해결책이 그러했다. 정부가 먼저 주창하고 나섰던 이런 '정부-기업 파트너십'은 또 하나의 '신산업정책'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기업규제를 혁파한 자리에는 정부-기업을 비롯 경제주체들간의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그 형성을 촉진하려는 이른바 '관계정책(relation policy)'이 들어섰다. 혹자는 이를 '네트워크 창출'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관계형성으로 거래비용은 감소했고 사회적 자본은 축적됐다. 생산성은 올라갔고 보다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됐다. 지금 대통령 당선자의 사고나 차기 정부의 정책에서도 이런 유사한 파트너십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최근 행보나 발언에서 우선 '정부-시민단체 파트너십'이 느껴진다. 차기 정부의 지방분권화 주창은 새로운 '중앙정부-지방정부 파트너십'을 예고한다. 또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토론회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언급은,'중심'이란 용어의 함정을 의식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동북아지역에서의 한ㆍ중ㆍ일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것 같아 새로운 기대를 갖게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차기 정부의 '정부-기업 파트너십' 얘기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어려웠다. 동북아 경제중심국 부상도,지역 균형 발전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빼놓고선 모두가 허상일 수밖에 없다. 북한 핵이다,이라크 전쟁이다 해서 불확실성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는 더욱 아쉬운 것이 사실 이런 파트너십이기도 하다. '정부-기업 파트너십'도 누가 주창하고 나서느냐에 따라 그 추진력에 차이가 클게 분명하다면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것일까.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