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복권 권하는 사회..최완수 <산업부 IT팀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신나는 일은 없고 왠지 마음이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취직 때문에 걱정이고 40,50대 중년들은 조기퇴직 걱정으로 가슴을 졸이며 살아간다.
특히 40대 이후 세대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관념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하다.
사회 전반에 불안한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온통 '로또'복권에 인생을 걸겠다는 사람들로 득실거린다.
로또복권에 당첨됐을 때를 꿈꾸며 1주일을 보내는 게 유일한 낙(樂)이라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꼭 당첨금 목적으로 복권을 사는 게 아니라 1주일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복권을 산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오죽 답답하면 복권 한장에 모든 것을 거는 '복권 권하는 사회'로 변했을까.
우리 사회에 불안심리가 팽배해진 데에는 '안보'와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과연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지.혹시 일각에서 제기되듯이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고,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안보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북한의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사회를 지배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연일 떨어지고 있고,장사하는 사람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외국인들이 떠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도 있고,기업들은 납작 엎드려 눈치만 보고 있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꽁꽁 얼어 붙고 각종 경제지표는 빨간 불을 보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 유가가 뛰어 세계경제가 더 악화되고 우리 경제도 타격이 클 것이다.
여기에 차기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1차적인 책임은 정부와 차기정권을 담당할 사람들에게 있다.
이러한 불안감을 일부 보수계층의 과민반응으로 돌린다면 너무 안이한 현실인식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인가.
차기정권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신뢰성 확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안보와 경제에 대한 우려는 한 마디로 차기정권의 해결능력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대의명분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의명분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
그동안 정권인수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신뢰감을 주는데 미흡한 면이 적지 않았다.
어설픈 정책결정과 발언들로 인해 혼란을 일으킨 측면마저 있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예측 가능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지배하는 경제에서 신뢰가 작동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기업간 마찰이 있을 경우에도 진지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서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그야말로 글로벌 경쟁시대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위치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집안 싸움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서로 신뢰할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21세기에 경제가 발전하느냐 망하느냐는 신뢰가 좌우한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