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FTA 협상개시를..安德根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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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발족한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지난주 도쿄에서 4차 회의를 마쳤다.
이제 조만간 공동연구회에서의 논의를 종결짓고,본격적인 한·일 FTA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한·일간 FTA에 대한 논의는 짧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98년 말 통상장관 합의에 따라 양국의 연구기관에 의해 '한·일 FTA에 대한 공동연구'가 최초로 시작됐고,2000년 9월의 정상회담 합의로 양국의 재계 대표가 참여한 '한·일 FTA 비즈니스 포럼'이 구성되었다.
이 포럼이 2002년 1월 한·일 FTA 조기 실현 필요성을 천명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3월의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예비단계로 산·관·학 공동연구회 설치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애초에는 2년 이내에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FTA협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으나,이미 양국이 각기 칠레와 싱가포르를 상대로 FTA를 타결한 경험이 있어 연구단계에서 타진해야 할 상호간의 관심분야와 쟁점분야 등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이 완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로 그러한 쟁점분야들에 대해 어떠한 형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느냐 하는 것인데,이는 실질적인 협상단계에서 논의될 사안으로서 더 이상 '연구'에 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조기에 한·일 FTA협상을 개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조기에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 협정의 체결은 결국 양국이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몇달 먼저 협상이 시작된다 해서 협정 체결이 앞당겨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협상의 개시는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
우선 교역 상대국에는 우리의 FTA 통상전략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의지를 천명하는 셈이 된다.
일본은 그간 우리에게 무역에 관한 한 일종의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였다.
지난 89년 GATT의 국제수지방어 예외조항에서 '졸업'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우리의 수입시장을 대폭 개방할 당시에도 일본제품-특히 일반 소비재-만은 수입선다변화제도를 통해 상당부분 수입을 제한했다.
전자제품 및 자동차 등의 분야에 대한 수입선다변화제도를 최종적으로 종료해 실제로 일본제품에 대한 차별적 수입제한조치를 철폐한 것이 겨우 99년 7월인 점을 감안하면,이제 한·일 FTA를 통한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논의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제수준에 대한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 기업들과 산업구조가 일본과의 FTA를 통해 단련된다면,향후 어떠한 수준의 경제와 시장개방이 추진돼도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시키면서 적응해낼 수 있는 경쟁력과 체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FTA협상의 본격 개시는 비자 문제,어업협정 등 일본과 현안이 되고 있는 기타 부수적인 경제협력에서도 보다 건설적인 합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양국 모두 FTA 내용에 과학기술협력을 비롯 아직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다루지 않은 부문의 협력도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단순히 경제·통상차원을 넘어 사회 문화 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본격 한·일 FTA협상 개시에 앞으로 몇달이 더 소요되든,우리 기업들로서는 일본의 첨단 다국적기업 수준으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임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곧 1억7천만명의 거대한 통합시장에서 일본의 첨단제품들과 그야말로 전면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정부에 시급한 과제는 무역구제제도를 보완해 FTA 전략 추진을 위한 안전장치를 보강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유지해 온 탓에 국내시장의 개방과 관련한 제도의 수립이나 운영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단순히 한·일 FTA 차원에서가 아니라,도하라운드에 의한 시장개방과 동북아 경제협력 등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무역구제체제의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dahn@kdischoo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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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