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55
수정2006.04.03 10:56
지난 90년 통일을 이룬 독일은 어떤 방식으로 동독지역 학생들에게 시장경제를 가르쳤을까.
갑작스런 경제체제 변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동독의 학생이나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독일 경제교육학계의 대표적인 학자인 만프레드 홀레바인(Manfred Horlebein) 교수(프랑크푸르트 대학 경제교육학과)는 "교사 등 기성세대들은 한동안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동독시절에는 경제과목을 포함해 모든 과목의 교과서가 한 가지였습니다. 과목당 배분되는 수업시간도 동일했지요. 교사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었던 셈이죠. 하지만 통일 이후에는 교과운영의 상당부분을 교사들이 책임져야 했고 그 중에서도 경제과목 교사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까지 새로 배우느라 이중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독지역 경제교사에 대한 교육은 서독지역의 각 주(州)가 담당했다.
서독의 한 주가 동독의 한 주를 전담해 재교육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시가 속해 있는 헤센주는 구 동독지역의 튀링엔주 교사들을 맡아서 가르쳤다.
수업은 서독지역 경제교사들이 직접 참여했다.
주말에는 서독지역 교수들이 동독지역 경제교사들을 대학으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같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동독지역의 교사들이 대부분 학교에 남을 수 있었다.
교사와 달리 학생들은 교사들에 비해 쉽게 시장경제에 적응했다.
홀레바인 교수는 "한국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동독지역 학생들은 TV 등을 통해 서독의 모습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불과 1~2년만에 동독 지역 청소년들은 서독 학생들과 똑같은 경제관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동독지역의 경제교육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 이처럼 큰 무리가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동독의 기존 교육방식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육정책에 있었다고 홀레바인 교수는 설명했다.
12학년제로 운영되던 동독 학제를 서독처럼 13학년제로 바꾸긴 했지만 서독에 비해 인간적인 면이나 과학적인 사고를 강조했던 동독 특유의 교육철학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한국이 향후 통일에 대비해 경제교육 측면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홀레바인 교수는 "무엇보다 남.북한의 간극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교육은 다른 과목과 달리 학생들의 모든 일상 생활과 연계돼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문화.경제적 격차가 줄어 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남.북한이 하나로 합쳐질 경우 학생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이는데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서로를 알아가는 것, 통일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