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달집을 태우는 여느 축제와는 조금 색다른 불놀이 행사로 흥겨운 곳이 있다. 경남 창녕의 화왕산에서 열리는 억새 태우기.757m 산 정상에 십리에 걸쳐 펼쳐진 광활한 억새로 등산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곳이지만 오는 15일 밤이면 이 곳은 거대한 불바다를 이루게 된다. 물론 달집을 사르는 전통 놀이를 빼 놓을 수 없지만 그 보다 더 한 장관은 억새 태우기.억새밭에 불을 놓는 순간 불길은 마치 물을 머금은 솜처럼 억새를 집어 삼켜 간다. 점점 불길이 번지면서 마치 불 파도가 일 듯 하는 장관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불을 놓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위험천만한 일.게다가 1만5천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정상에 몰려들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실제로 지난 1995년 시작된 뒤로 산불 등 안전사고를 염려해 세 번 밖에 치르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억새 태우기는 2000년에 열렸다. 그런 탓인지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 일찍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을 정도다. 창녕군청 문화관광과 박동영씨는"행사를 열기 위해서는 이중 삼중의 사고 예방책이 요구가 되었다. 특히 창녕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이 합심해 안전 요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책을 수립했다"고 자신한다. 예로부터 화왕산 억새밭에 산불이 나야 그 해 창녕 지방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오랜만에 지켜보는 불의 장관에 더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 볼 좋은 기회일 듯하다. (055-530-2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