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interpark.com 너무도 잊고 살았다.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불과 7개월 전,우리를 열광시킨 월드컵 얘기다. 지금도 TV에서 종종 당시 경기를 재방송한다. 컴퓨터그래픽처럼 깨끗하고 푸른 잔디 위에서 환호하는 관중과 생동하는 젊은 선수들이 이뤄내는 감동의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가슴이 설렌다. 인터파크는 월드컵의 한복판에 있었다. 티켓판매 대행을 위해 수백억원을 보증했고,경기기간 내내 회사는 비상상태였다. 결과가 좋아 고생은 다 덮을 만하다. 월드컵의 현장에서 우리나라가 유럽보다 한 수 위인 세계 최대 인터넷 강국이라는 소중한 자신감을 얻었다. 입장권 판매 정책에 있어 FIFA(국제축구연맹)는 현장판매 중심이다. 각 은행에 창구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 예약을 했다. 유럽소재의 외국회사가 운영하기로 했던 인터넷 예약신청 사이트는 열자마자 다운되는 것을 반복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입장권이 배포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되지 않아 티켓이 중복,누락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우리는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구멍을 메워나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팀이 승승장구할수록 표와의 전쟁은 극에 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며칠간 노숙하는 난리법석은 유럽을 근간으로 하는 FIFA에선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FIFA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IT(정보기술)와 인터넷의 효용에 대해 너무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은 지금 어떤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공연은 인터넷으로 판매 개시되자마자 매진된다. 90년대초 외국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뽐내며 도입했던 티켓판매시스템은 이젠 한국의 인터넷 발전속도에 맞출 수 없어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여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FIFA의 정책에 밀려,혹은 한국의 IT 수준이 당연히 유럽보다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월드컵 입장권 판매 주도권을 FIFA에 넘기지 않았다면 적어도 경기장 한 블록이 텅 비고 좌석이 중복되는 우세스런 사고는,표를 구하기 위해 며칠씩 거리에서 밤을 새는 일은 없었을 텐데…. 대신 인터넷예매로 최단시간만에 표가 매진되는 월드컵 신기록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