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골프에서 기적을 믿지 않습니다.20m 이상의 롱퍼팅이 들어가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그 순간 최고의 감각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최경주 선수와 짝을 맞춰 나간 2002년 월드컵골프대회에서 3위라는 좋은 성과를 거둔 허석호 프로(29·이동수패션). 그는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흔히 하루 아침에 골프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노력의 결과가 갑자기 나타난 것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무작정 노력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아이언을 상반기에,드라이버를 하반기에' 마스터하는 식으로 한가지씩 과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목표를 이루는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허 프로는 항상 그날의 컨디션을 감안한 목표를 정하고 플레이한다. "지금까지의 베스트 스코어에만 집착하지 말고 최근 연습량과 컨디션 등을 감안해 그날 얼마를 치게 될 것인지 스스로 예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목표를 설정해 놓아야 왜 스코어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한 마지막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 사람은 골프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골프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목표가 무엇이든 스스로 만족하고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정상에서 의연히 물러날 수 있는 선수보다 더 훌륭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14세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지금도 언제나 아침 6시면 기상한다. 전지훈련 중에는 대부분 오전에 라운드를 마친 뒤 오후 내내 스윙연습을 한다. 또 저녁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하루는 하체,다음날은 상체,그 다음날은 유산소 운동' 식으로 돌아가며 훈련한다.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눈을 감고 스윙해 볼 것을 권한다. 클럽의 위치와 궤도를 알게 하는 방법이다. 중량이 있는 클럽을 잡고 어드레스한 뒤 눈을 감고 클럽이 지나가야 할 올바른 길을 상상하며 휘두르다 보면 스윙궤도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감(感)이 와야만 비로소 스윙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허 프로는 일본 무대에서 'S K Ho'라고 표기하는 이름 때문에 일본어로 '스케베'(바람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취미는 음악 감상과 드라이브. 피아노 연주곡이나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을 즐긴다. 드라이브는 차가 밀리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