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속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은 한 국가의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는 그 비율이 2000년에 7.2%에 달해 이미 고령화사회가 됐고,2019년에는 14.4%에 달해 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불과 19년이 소요된다. 프랑스의 1백15년,미국의 71년과 비교할 때,우리 사회의 고령화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급속하게 고령화된 일본의 경우에도 고령화사회(1970년)로부터 고령사회(1994년)가 되는데 24년이 소요됐다. 한편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를 우리는 그 후 7년만에 달성하고,2040년에는 우리 인구의 30% 이상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와,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이 현재의 10 대 1에서 2 대 1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물론 고령화 추세가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급속히 진전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유럽과 일본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된 중요한 구조적 이유가 고령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우리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 고령화에 대한 대책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다. 먼 훗날 일 같지만,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에도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속히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고령화는 출산율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의 두 요인에 기인한다. 1970년의 출산율을 보면,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2.5명,일본은 2.1명이었으며,우리는 이들보다 훨씬 높은 4.5명이었다. 이 출산율이 최근 미국은 2.0명,프랑스는 1.7명,일본은 1.4명 수준으로 감소했는데,우리는 이들보다 낮은 1.3명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기록적이다.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현 수준의 인구규모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우리 인구의 감소속도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추세는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므로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고서는 인구구조의 불균형 현상을 방지할 수 없다. 출산율 저하는 자식에 대한 국민 가치관의 변화,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현상,육아비용의 증대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면,출산에 수반되는 제반비용을 개인이나 민간부문이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하기보다는 사회가 일부 분담해야 한다. 여성이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예를 들어 육아시설비용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든지,육아활동에 따른 여성경제활동의 제도적 제약요인을 해소해 주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편 조기퇴직이나 근로의욕 저하를 유인하는 제도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근로자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남아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고령화 대응책이라고 OECD와 같은 국제경제기구들은 권고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복지제도는 필요하지만,선진국의 경험을 토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과도한 연금·복지제도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노동시장이 경직되면 고령자 취업이 어렵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인력구조조정을 조기퇴직으로 대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능력보다는 연령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인원을 정리하는 관행은 불식돼야 한다. 반면 노령취업을 위해 정년연장을 시도하는 것은 노동시장을 제도적으로 더욱 경직시켜 결과적으로 노령인구 취업을 억제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구조와 취업구조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연공서열식 임금구조에서 탈피하고,상용직 이외의 다양한 취업형태를 활용해 노동시장에서 고령자에 대한 수요가 계속 창출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상황에서는 건강보험제도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해야 건전한 경제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 자신들의 편익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막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겠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러한 개혁과제들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chs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