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필리프 모리스(46)는 23년간의 청춘을 교도소에서 고스란히 보낸 사람이다. 결손가정에서 태어난 모리스는 형의 탈옥을 돕기 위해 차량절도를 꾀하다 파리 상테감옥에 수감됐다. 교도관들로부터 이유 없이 몰매를 맞고 탈옥한 뒤 도주과정에서 총격전과 경찰관 살해 등 연쇄범죄를 저지르다 붙잡혀 사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 중세역사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딴 모리스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역사학계의 탄원으로 지난 2000년 석방됐다. 그는 교도소생활 동안의 참혹한 인권유린 행태를 '증오에서 삶으로'라는 자전적 수기를 통해 낱낱이 고발해 충격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교정행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교도소의 인권유린이 종종 문제가 되면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배상판결이 내려지곤 한다. 얼마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교도소내 규율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수용자에 대해 집필,운동,신문 및 도서열람,자비물품 사용 등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며 법무부 장관에게 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교도소내의 의문사나 구타,징벌방 유치 등 요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수감 중의 인권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악명 높았던 감옥들이 많았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콩셰르주리는 질병이 우굴거리는 소굴이나 마찬가지였고,바스티유감옥은 루이13세 때 정치범을 가두는 수용소였다. 영국의 런던타워는 당초 국왕이 기거하는 성(城)이었으나 나중에는 정치범의 감옥으로 변해 수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고문이 자행됐던 만주의 뤼순감옥도 안중근 신채호 등 우리의 애국지사들이 죽어갔던 곳이며 서대문형무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교화'를 목적으로 감옥이 교도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인권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드센 게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운영하는 민간교도소가 우리나라에도 오는 2005년 문을 열 것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