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마쓰시타 혼다 등 간판급기업들이 일본식 경영의 뼈대인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제도를 버리고 서구식 능력급제를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0일 기업들이 정기승급분마저 개혁대상으로 삼은 것은 '신 일본형 임금제'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확산되는 능력급제 =혼다자동차는 지난달 말 능력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룹 4만여 직원을 대상으로 '실적에 따른 임금지급제'를 적용, 정기승급분을 폐지하는 한편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의 임금을 깎는 파격적인 새 임금 제도를 마련했다. 캐논, 세이코 엡슨, 동방가스 등도 혼다와 비슷한 방식의 능력급제를 추진중이다. 마쓰시타는 연초 사업부별 및 개인별로 임금과 수당을 차별화한 새 급여제도를 도입했다. 이동통신 산업기기 영상장치 등 14개 사업부로 회사조직을 재편, 임금 및 수당 등 근로조건을 완전히 달리 한다는 방침이다. 시티즌은 호봉인상을 기존 사원에만 한정, 신입사원들에게는 연봉제를 적용키로 했고, 동양엔지니어링은 연령과 직급에 관계없이 오는 4월부터 호봉 인상 제도를 완전 폐지한다. 일본 최대 노동자단체인 '전일본노조총연합'은 지난 7일 춘투 돌입 선언식에서 "정기승급제도 폐지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일본 임금체계의 파괴는 대세라는게 현지의 일반적 관측이다. ◆ 기본급 동결 일반화 =춘투때마다 되풀이돼온 노조의 기본급 인상요구도 약해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연초 기본급 인상을 포기했다. 지난해 1조5천억엔 이상의 이익을 낸 도요타자동차의 임금 인상 포기는 다른 기업에 압력으로 작용, NTT 산요전기 미즈호금융그룹 등도 노조의 동의 아래 기본급 동결을 결정했다. 후지쓰의 오카다 다카히코 부사장은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손질을 통한 인건비 절감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최인한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