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 몇 년새 폭발적인 디지털 세상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회구조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듯 했던 인터넷 회사들의 출현을 야기한 디지털 골드러시(Digital Goldrush)와 인터넷 강국의 위용을 과시할 만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률 증가, 대통령 선거에서의 인터넷의 위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연하게도 이러한 사회현상에는 극과 극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디지털 골드러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 인터넷 회사들이 급증하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디지털 엑소도스(Digital Exodos)가 뒤따랐다. 인터넷 강국의 뒤안에는 바이러스 침투로 전국의 인터넷망이 마비된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인터넷이 큰 활약을 했지만 장난삼아 올린 한 네티즌의 글 때문에 재검표까지 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디지털 정책을 마련하면 이를 표본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진입정책이 필요하고 이어 진입 후 일반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한 확산 정책이 수행된다. 어느 일이나 좋은 의미의 정책이라도 이것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정책이 따르게 된다. 즉 진입정책, 확산정책, 보호정책이라는 3단계의 디지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긍정적인 작용과 역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는 것은 초기 정책 수립시 진입 확산 보호의 3단계 정책을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디지털 정책을 들여다보면 진입하기 위한 정책을 먼저 수립하고 그 뒤에 확산정책을 수행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보호정책을 별도로 수행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례가 많다.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대표적이다. 벤처육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고 역작용으로 대형 벤처 게이트가 터졌다. 그런 뒤에야 벤처설립 및 운영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전환, 벤처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물론 정부정책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입 확산 보호의 3단계 대책을 정책 수립 초기에 마련,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슬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기영합식의 일회적 정책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국가적인 디지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내공이 깊은 파워 디지털인의 발굴 및 육성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한탕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극과 극'의 정책이 아니다. 영속적으로 지속되며 안정되고 믿을 만한 장기적 비전을 가진 디지털 정책인 것이다. < (주)에스이 사장 kangseho@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