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우리의 산업구조는 그 토대가 극히 빈약했다. 6·25 전쟁 후라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선진국의 원조물자로 나라 살림을 꾸려왔다. 1960년대 초 국민 1인당 소득이 불과 85달러이던 때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했는데,그 안에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제도와 기구도 포함했다. 체계적인 과학기술정책 개발과 연구지원을 위해 정부조직 내에 '과학기술처'를 설치했고,과학기술연구소와 과학재단 등도 설립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과학기술력을 키우고 산업을 육성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이 당시 통치권자의 확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의 산업화를 주도할 인력양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60년대 이후 국·사립 대학교가 크게 늘어났고,여기서 양성된 인력들이 우리나라 초기 산업화의 주체적 역군이 됐다. 이들의 기여로 80년대 2∼3년 간 무역수지 흑자를 보였으며,한때는 1백10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Made in Korea'제품들이 세계를 누볐으나 그것도 잠시,'Made in China'가 우리 제품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2~3년 간 무역수지 흑자를 냈는데,그 대종은 반도체제품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국제시장가격의 하락으로 앞날은 밝지 않다. 물론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 등도 우리의 주요 수출종목이긴 하지만,새로운 첨단기술이 가미되지 않는 한 후발 경쟁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가원수마다 과학기술 육성을 강조했으되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는 오늘날 60년대 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육성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간 박정희 대통령의 지도력을 되새기게 된다. 제2의 박 대통령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 오는 25일 출범할 새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을 내걸고,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로 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21세기 기간 산업인 IT BT NT 등의 첨단기술을 확보,이들 기술의 산업화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 기업연구소와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연구결과에서 얻은 지식과 새로운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수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비를 늘렸다고 해서 곧바로 기술 혁신이나 산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효율성을 위한 체제와 여건 형성이 필요하다. 투자 저효율의 근본원인은 연구 종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부실한 연구개발 체제와 인프라 구축의 미비에 있다. 또 각 부문의 미래 기술인력 수요 전망은 매우 많지만,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려 유능한 인력양성이 가능할지 걱정된다.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우대와 활용'으로,우수한 젊은이들이 긍지를 가지고 과학기술계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우대정책이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정부 내 과학기술과 산업육성을 담당하는 부처의 대다수 고위직이 비과학기술계 인사로 채워지는 것이 관례가 되어 왔다. 만일 '기술제품에 의한 수출 증대'가 목표라면,정부는 유능한 과학계 인사가 과학기술 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예산배정,과학기술 및 산업육성 관련 부처에서는 효율적 정책추진을 위해 분야별 특성에 맞게 과학기술 또는 산업담당조직에 전문성을 고려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구개발투자와 정책개발 및 수행에 있어 부처간 조정기능과 협력체제가 확립될 수 있고,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와 창의성을 발휘해 정책 수행상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연구개발 산업화 그리고 수출의 일관된 단계에서 투자효과를 높일 수 있다. 새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을 주목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