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임정환 명화금속 대표 (2) 나사만들기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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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는 배 아파 낳은 자식과 같습니다.소중하게 키운 자식이 좋은 곳에 시집·장가가서 잘 살길 바라듯,좋은 나사가 있어야 좋은 관련제품들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소음과 먼지,기름냄새가 섞인 공장을 한바퀴 돌고 나자 생기를 찾은 임정환 사장은 품질의 중요성을 자식농사에 비유했다.
그에게 공장을 둘러보는 일은 하루일과 중 가장 중요하다.
이때 삶의 가장 깊은 맛을 느낀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되는 '현장산책'은 생산과정을 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직원들의 정신적 버팀목인 사장이 곁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몸짓이기도 하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일로 사람을 만나거나 레저를 위해 사무실을 비우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해왔다.
"게으른 사장 밑에 부지런한 직원 없습니다.사장이 근무시간에 놀러다니면 직원들이 누굴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겠습니까."
임 사장은 오는 9월5일이면 나사만들기를 시작한지 꼭 50년째를 맞는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고,한 제품으로 5년을 버티기 힘든 현실에서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사하나로 반세기를,그것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서 이제껏 올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빨리 돈버는 방법을 찾아다닐 때 오로지 나사만들기에 젊음을 바친 우직함 때문이리라.
그가 새로 만들어낸 나사는 건축·자동차·컴퓨터용에서 항공기용까지 8백여가지에 이른다.
생산설비도 90% 이상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지난 50여년간 취득한 특허만도 무려 1백60건.
이밖에 신기술인증,수출유망중소기업지정,세계우수자본재지정,우수품질인증제품상,세계일류상품인증,산업포장,품질경쟁력우수기업 등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과 인증서 등을 받았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사랑스럽지 않은 나사는 하나도 없지만 특히 '직결나사'는 매출액의 88%를 차지할 만큼 효자상품이다.
영국이나 독일같은 기계산업의 원조국가도 값싸고 성능이 뛰어난 명화금속 제품을 사다 쓴다.
"성공하고 싶으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잘되는 사업 쫓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은 못됩니다.자동차 뒷바퀴는 영원히 앞바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원리와 같죠."
임 사장은 지난 50년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인생 철학을 이같이 표현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