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나.' 11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현재의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두단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까지 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여준 투자행태 때문이다. 외국인은 우선 이달들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지수관련주를 대거 팔았다. 또 선물시장에서는 지난주말 누적선물매도 계약수가 2만계약을 넘을 만큼 매도포지션에 집중했다. 선물매도는 선물지수가 하락할 경우 이익을 내게 된다. 2만계약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선물매도량이다.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소식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하자 외국인은 매도포지션을 취해놨던 선물을 대거 환매하면서 이익을 챙겼다. 무디스 발표 직전에 매도물량을 늘려놨다가 등급조정이 발표되자마자 재빨리 돈을 챙긴 것이다. 이에따라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미리 알고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이용한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동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라크전쟁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반도체가격 하락과 일부 국내 대기업의 주주 무시 행위 등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주식과 선물을 팔아야 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며 "신용등급 하향조정 정보 누출은 지나친 억측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