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연인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젊은이를 겨냥한 관련업체의 치열한 마케팅이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물을 주기 위한 날'로 변질된 밸런타인데이의 본래 의미를되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인터넷 쇼핑몰들과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들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각종 상품들이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L쇼핑몰에는 16만원짜리 스위스제 수제 초콜릿세트이 등장해 10여세트가 팔리는등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초콜릿에 꽃 배달까지 포함한 상품이 10만원대가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군대간 남자 친구를 위해 군부대로 직접 선물을보내주는 밸런타인 초콜릿 선물세트가 등장, 4만8천원에서 7만원 상당의 가격으로팔리고 있다. 초콜릿 뿐 아니라 고가의 선물이 대거 등장, 한 쇼핑몰에서는 80만원 상당의 외제 명품 시계를 밸런타인데이 기획상품으로 선보였다. 밸런타인데이가 '마음을 전달하는 날'의 의미보다는 '초콜릿을 주는 날'로 굳어지면서 쓴웃음을 자아내는 풍경도 눈에 띈다. 한 쇼핑몰의 경우 회원으로 가입하고 추천인을 기입하면 추천인 수에 따라 공짜로 초콜릿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무료 초콜릿을 받으려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추천해 달라'는 광고성 글을 무작위로 메일로 보내거나 각종 인터넷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초콜릿과 함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고전적인 방법 중의 하나인 종이학 1천마리를 대신 접어 2만원에 판매하는 곳마저 생겨났다. 밸런타인데이 열풍은 동물에게까지 번져 애견용품 전문 쇼핑몰에서는 2만8천원짜리 강아지 장식용 밸런타인데이 기념 헤어밴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왜곡돼 가고 있는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본래의 의미를 되찾자는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한국대학생 대중문화감시단은 이날을 단순히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는 식의 감각적이고 일회적 사랑을 표현하는 행사에서 벗어나자는 취지 아래 지난 97년부터 '캔들데이(candle-day)' 행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위 사람들과 어려운 이웃을 다시 둘러봄으로써 헌신적 사랑을 상징하는 밸런타인데이의 원래 의미를 되살리자는 뜻에서 이 단체는 처음으로 '촛불상'을 제정해 시상했다. 서울 YMCA도 이날 서울 종로2가 YMCA회관 앞에서 청소년들에게 밸런타인데이의진정한 의미를 되살려주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서 서울 YMCA는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설명하고대안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의 엽서 쓰기. 사랑의 양초 보내기 운동을 제안했다. 서울 YMCA 청소년사업부 강혁(28) 간사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한달 용돈으로5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초콜릿 상품들이 최저 2만원에서 비싸게는 27만원까지의 가격에 팔리고 있어 청소년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날 초콜릿을받지 못한 남학생들의 경우 심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밸런타인데이가 청소년 문화의 한 현상으로 자리잡은 이상 추방운동보다는 앞으로 건전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