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부의 몫,기업의 몫..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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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최근 발언과,전경련에 대한 당선자 경제참모들의 개혁 요구 발언은,향후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랜 진통 끝에 선임된 손길승 전경련 신임 회장은 새 정부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에서 그의 첫 과제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손 회장의 이러한 노력은 재벌정책을 중심으로 그간의 새 정부팀과 재계의 심각한 대립을 완화하고,재벌개혁 등 경제정책 현안들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 모두 시장경제에서 양자간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과 관계 설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으면 갈등의 근본 요인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시장경제'는 한낱 수사(修辭)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갈등 요인들을 '바람직한 정부와 기업의 관계'재설정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자.
명색이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바뀐다고 기업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정상인가? 혹시 새 정부를 맡을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정상으로 인식하고,지금과 같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우월적 지위에 흡족해 하고 있다면 크게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노 당선자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3대 개혁과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는데,그 밖의 것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정부 정책입안 과정이 다양한 의견수렴과 경제논리에 의한 토의과정이라기 보다,주고받기식의 정치적 흥정 같이 들릴까 싶어 걱정된다.
정책입안의 최종 결정은 '정부의 몫'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정부는 그가 입안하는 정책이 옳다고 확신하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물론 정책의 합법성과 합리성, 그리고 관련 정책간의 일관성을 유지할 책임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며,이 결과는 선거과정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전경련의 역할과 개혁 필요성에 대해 새 정부를 맡을 사람들이 이런 저런 주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경련은 대기업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임의단체다.
이 단체가 회원기업들의 의사를 어떤 식으로 집약하고 전달하든 전적으로 그들 '기업의 몫'이다.
또한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전경련이 어떤 기능을 갖추든,어떤 조직 형태를 갖든,역시 그들의 몫이다.
만일 정부가 전경련의 존재 자체나 조직 및 운영형태에 대해 심각할 정도의 이의가 있다면 대화 통로를 전경련 대신 소속 회원사 등에서 바로 찾으면 된다.
정부가 먼저 걱정할 일은 전경련의 개혁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의 개혁이다.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을 논하기에 앞서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 정립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투명경영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 정책의 입안과 추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심해야 하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앞서 정부의 바람직한 권한 배분과 행사의 합법성,권한과 책임의 일치 여부를 걱정해야 한다.
오늘의 경제상황은 대기업들에 정부와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업의 몫'이 있음을 환기시킨다.
새 정부와의 대화통로 단절이 그렇게도 문제인가? 이에 앞서 이제는 기업 후원자로서의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버렸는지,정부규제의 철폐를 외치면서도 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호막은 온존하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지 그들은 반성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이 정부의 시그널보다 세계시장의 시그널, 즉 세계시장 경쟁자의 행동과 소비자의 선택을 더 의식하고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문제가 되는 대북 비밀 자금지원 과정은 어떤 법제,경제논리나 상식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최악의 정부-기업 관계다.
이 문제의 확실한 정리와 청산이 새 정부의 기업정책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시장을 중심으로 정부는 '정부의 몫'을,기업은 '기업의 몫'을 하는 정부와 기업간 새로운 역할분담과 관계 설정이 새 정부 대기업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동시에 신임 회장에게 거는 전경련 회원사들의 기대가 돼야 한다.
inkim@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