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TV엔 30분이 멀다하고 북핵 문제가 등장한다. 북한의 전면전쟁 위협,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보유 등 뉴스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진다. 그러한 뉴스들 앞뒤로는 한국의 반미 시위,주한미군 철수요구 등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공중파방송들도 예외가 아니다. CBS TV는 지난주 'Yankee Go Home(미국은 떠나라)'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주한 미군사령관의 우울한 모습은 제목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한국을 잘 모르는 대다수 미국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마련이다. '한국사람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의 인식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부정적인 인식이 쌓일수록 손해 보는 것은 우리라는 사실이다. 미국에 대한 경제 및 안보의존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정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쉽고 야속하다는 게 교포들의 통탄이다. 북핵문제를 생중계하듯 전하는 CNN이나 폭스TV 등에서 한국실상을 정확히 알리려는 한국정부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북한 뉴스가 만들어지는 현장인 이곳 워싱턴DC에는 한국대사관이 있다. 서울에도 미국근무경험이 많은 외교관들이 적지 않다. 출연 요청을 받지 못한 것인지,아니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TV에서 본 적이 없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수없이 다녀가지만 미국언론을 활용해 잘못된 대한인식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안이 민감하고 자칫 역이용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일부러 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소리가 실종된 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한국 관련 보도나 해설,논평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권교체기라고 하지만 북한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때 한국외교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