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려라.' 세계 각국에 떨어진 특명이다. 미·이라크전 위협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핵사태까지 가세,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 불확실성속에서 기업과 일반 개인들이 설비투자와 소비를 줄이자 세계경제는 성장 탄력을 잃기 시작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는 지금 경기회생에 적극 나섰으며 회생책은 감세와 추가 금리인하, 리플레(통화확대)의 3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감세는 미국, 추가 금리인하는 유럽과 신흥시장권, 리플레는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다. ◆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미국은 9.11 테러직후 감세와 금리인하를 동시에 실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에 1조3천억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실시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작년 말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이중 미 금리는 현재 1.25%로 41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내려갈 만큼 내려간 상태다. 따라서 추가 금리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 기업의 배당소득세 폐지 등 감세를 골자로 한 1천6백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부시대통령은 부양책을 고수하고 있다. ◆ 추가 금리인하로 경기회복 주로 유럽연합(EU)이 이 정책을 쓰고 있다. 정부의 감세나 공공지출 확대책은 EU의 내부 조약으로 정해진 재정적자 한도 때문에 쓸수 없기 때문이다. EU 금리는 아직 2~3%대로 미국(1%선) 일본(0%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도 상당히 기대할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기준금리를 4%에서 3.75%로 인하한 영국중앙은행은 12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전망하면서 미-이라크전 발생시 금리를 더 내릴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국)의 유럽중앙은행(ECB)도 빠르면 내달에 현재 2.75%인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리플레가 유일한 처방인 일본 금리가 제로상태인 일본으로서는 통화공급을 늘리는 리플레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토 다카토시 전 재무성 차관을 비롯한 일본경제 전문가들은 리플레를 유일한 경제회생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오는 3월19일 퇴임하는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총재 후임에 통화확대론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은행에 통화확대론자를 심어둔 다음 영국이나 유로존처럼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디플레 상태인 물가가 목표수준까지 올라갈때까지 통화공급량을 늘리는 리플레정책을 써야 일본경제가 10년 불황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