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애극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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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불편하다.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눈과 귀를 잃고도 하버드대를 나와 평생 사회사업에 종사한 헬렌 켈러(1880∼1968)의 이 말은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에선 특히 그렇다.
그런 만큼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인 일본의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가 내한, 휠체어에 탄 채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의 삶을 말하던 광경은 국내 TV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팔 다리 없이 태어난 그는 특수학교가 아닌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교육위원회 사람들 앞에서 10㎝밖에 안되는 팔과 뺨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씨 쓰는 등의 시범을 보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입학한 다음 학교에선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엉덩이로 걸어다니고, 5학년 운동회 때는 비록 중간지점부터 출발했지만 1백m경주에 나가 남들이 모두 골인한 뒤 혼자 운동장을 달렸다고 고백했다.
기왕 출전하는 것 볼썽 사납게 보이지 않으려 운동회 3주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도는 훈련 끝에 완주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초등학교 6년동안 교실 밖에서 기다렸을 뿐만 아니라 "왜 손발이 없니"라고 묻고 흉내내는 애들을 봐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개의치 않은 어머니의 힘이 컸다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또 교내에선 전동휠체어를 못타고 다니게 하겠다는 교사의 의견에 동의,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엉덩이로 걸어다니게 하는 등 그의 자립을 위해 애썼다는 것이다.
언니는 청각,동생은 몸이 불편한 자매가 모두 장애를 극복,언니는 초ㆍ중등학교 특수교사로 임용되고 동생은 연세대 의대를 우등 졸업한다는 소식이다.
자매의 의지와 노력도 놀랍지만 뒤에서 이들을 뒷바라지했을 어머니의 정성은 더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자매의 인간승리가 이땅 수많은 장애아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거니와 이들 또한 지금까지의 자존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한층 큰 성과를 이뤄내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