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국책연구사업 재평가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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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가 금명간 확정할 차기 국정추진과제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운용실태를 점검하고 재평가하는 방안이 포함되는 모양이다.
"연간 5조원이 넘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체제가 없는 실정"이라는 인수위 관계자의 문제제기는 과학기술계에 사실상 전면적인 평가 바람을 예고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국가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란 측면에서 꼭 인수위가 아니더라도 이런 문제제기는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17개 부처에 걸쳐 이런 저런 이름을 가진 국가연구개발사업이 무려 1백여개에 달하는 것부터가 우선 그러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간 중복투자나 평가문제 등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다.
인수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의 평가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상시 모니터링체제 구축,동료평가 도입,중간ㆍ사후평가 강화 얘기도 들린다.
이는 한마디로 평가체계를 보다 정치화(精緻化)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해결의 맥을 제대로 짚은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사실 지금의 평가체계도 미국과 유럽을 본떠 골격을 잡은 것이지만 이들과 달리 우리는 동일한 연구개발과제를 놓고도 관련부처 연구회 국무총리실 기획예산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감사원 등 평가하려 달려드는 주체들이 너무 많은 것이 탈이다.
인수위의 이번 방침이 알려지자 "또 평가냐"는 과학기술계의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연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평가때문에 연구를 제대로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평가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단순화하되 실효성있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나은 대안일 수도 있음을 인수위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수위가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각종 국가연구개발사업이 17개부처 1백여개에 달하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사업과 조직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먼저 정리하지 않고선 평가체계를 아무리 잘 만든들 소용이 있을리 만무하다.
인수위가 문제삼는 중복투자나 평가의 객관성 문제가 실은 각 부처가 자신들의 사업을 평가하고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조직을 따로 둬 확장을 꾀한 데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고 보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