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유빙체험'] 얼음 부수며 아찔한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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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를 나선지 20여분.
좌현 뱃머리쪽이 무언가에 부딪쳐 조금 들리는가 싶더니 다시 내려앉으며 배 전체가 기우뚱거린다.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90년 전 대서양 뉴펀들랜드해역에서 빙산에 찢겨 침몰했던 타이타닉호 승객들의 처음 심정이 이러했을까.
얼음바다를 즐기기 위한 1시간의 짧은 왕복 뱃길임을 알면서도 가슴 속 깊이 이어지는 묘한 불안감을 감출수 없다.
빨간색 스포츠카 같은 쇄빙선 가린코호는 아무 걱정 말라는 투다.
뱃머리의 포신 같은 2개의 커다란 스크루가 크고 작은 얼음덩어리를 부수며 요리조리 틔워주는 길을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끝간데 없는 사방은 희고 푸른 빛의 얼음평원.
꽁지부리에 좁게 열려 S자로 이어지던 뱃길도 이내 부서진 얼음조각에 묻혀 버린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흰죽지참수리가 얼음조각 위로 던져진 먹잇감을 향해 쏜살같이 내려앉는다.
배를 따르는 서너마리의 통통한 갈매기도 연신 먹이를 달래며 보챈다.
얼음평원으로 변한 바다, 그곳에 기대 사는 생명이 연출하는 자연의 신비.
1백명이 넘는 승객들의 눈이 경이로움으로 빛난다.
얼음을 부수는 가린코호 스크루의 둔탁한 소리와 선체의 적당한 요동이 전혀 색다른 여행의 흥을 돋운다.
일본 홋카이도 동부 오호츠크해에 접한 해안마을 몬베쓰.
부채꼴로 넓게 펼쳐진 앞바다가 온통 얼음덩어리로 뒤덮였다.
뭍은 눈, 바다는 얼음.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로 햐얀 세상에서 즐기는 유빙(流氷)체험의 맛을 어디에 비길수 있을까.
유빙은 러시아 아무르강 하구에서부터 형성된다고 한다.
아무르강 줄기에서 바다로 빠져 나온 민물은 바닷물 위에 새로운 층을 형성하는데 12월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씨앗 같던 얼음알갱이가 뭉치며 묽은 죽처럼 변했다가, 얼음덩어리로 굳어져 바다표면을 뒤덮는다.
이 얼음덩어리가 바람과 조류를 타고 서서히 남하, 1월말께 홋카이도 동쪽해안에 닿는 것.
해안까지 밀려온 얼음덩어리는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연잎 모양, 거북등 모양도 있고 자갈밭도 이루며, 덩치 큰 산줄기처럼 솟구쳐 하얗게 변한 얼음평원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몬베쓰는 시레토고에서 와카나이에 이르는 홋카이도 동쪽해안의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3월말까지 유빙이 만들어내는 비경의 진수를 맛볼수 있다.
인근의 유빙곶에서는 마주 붙은 유빙 위를 걷는 즐거움도 있다.
유빙체험은 몬베쓰 아래쪽의 아바시리에서도 가능하다.
몬베쓰보다 더 큰 도시인 아바시리는 2대의 쇄빙선 오로라호를 운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몬베쓰의 가린코호 유빙체험 전후의 오호츠크타워 관람도 재미있다.
해수면 40m 위로 솟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얼음평원이 속을 확 뚫어준다.
오호츠크타워는 물속 7.5m 아래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 그곳에 수족관 형태의 자연관측실을 두고 있다.
두터운 유리벽 너머로 자연 그대로의 바다생물을 관찰할수 있다.
갖가지 바다생물을 넣어둔 수조도 여러개다.
무엇보다 신비로운 것은 클리오네라는 생물.
남극과 오호츠크해에만 산다는 클리오네는 '유빙의 천사'로 불리기에 손색 없을 정도로 예쁘다.
하도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가운데 소화기관을 제외하면 온몸이 투명하다.
등쪽에 투명한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중심을 잡으려 움직이는 모습이 천사의 날갯짓을 연상시킨다.
몬베쓰(일본 홋카이도)=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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