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서도 "로열고객"을 겨냥한 "작업"이 한창이다. 소비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갈수록 소비가 고소득층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 이를 위해 패션업계는 이들의 취향에 맞춘 고급라인을 속속 선보이는 한편 이들만을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가 불투명한데다 IMF체제 이후 비교적 호황을 누려온 패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향후 저성장 시대가 예고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전망이 불투명한만큼 업계에서는 "공격 앞으로"보다는 가지고 있는 파이를 지키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시장지키기"를 중요한 마케팅 화두로 삼게 됐다. 이런 때일수록 경기에 아랑곳 하지않고 구매력을 과시하는 소비층을 향한 사랑은 더욱 각별해지게 마련. 특히 신사복같은 경우 고가라인이 시장성장을 이끄는 핵심엔진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국내 패션기업들은 VIP소비자를 적극 공략하면서 영업기반을 다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 LG패션은 올해 마에스트로 닥스 알베로 등 대표 브랜드별로 고가 라인을 따로 내놓는다. "프리스티지층을 겨냥한 고급제품과 차별화된 마케팅이 올해 역점을 기울일 핵심 과제"라는게 홍보팀 서영주 대리의 귀띔이다. 마에스트로의 경우 지난해 고가 라인 "익스클루시브"를 내놓은데 이어 올 하반기중 한벌당 평균 80만원대에 이르는 최고가 라인을 추가로 내놓는다. 작년 말 시험적으로 내놓은 최고가 정장 알베로를 올 하반기에 단독 브랜드로 독립시킨다. 닥스 숙녀도 올해중 "프라이빗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30대 고소득 소비층을 노린 정장을 선보인다. 닥스 액세서리도 올해 명품을 지향하는 소비층의 입맛에 맞춰 세분화된 브랜드를 선보인다. 브랜드별로 VIP고객을 모시기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강화한다. 우선 기존 닥스신사와 알베로의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맞춤 주문을 확대할 계획. 매장에 나오지 않고도 전화주문이 가능하다. 최고가 라인인 알베로의 경우 매장마다 "알베로맨"이라는 이름으로 전담 카운셀러를 둔다. 판매 경력 10년 이상의 최고 베테랑들이다. VIP를 대상으로 따로 제작한 고급 양장 카탈로그도 발송한다. 수시로 "안부"나 "불편사항"을 묻는 "해피콜"서비스도 확대 실시한다. 코오롱 패션 마케팅팀의 김경연 대리도 "올해는 이른바 "있는 고객"을 잡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한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영국 라이선스 브랜드 오스틴 리드는 1백만~6백만원에 이르는 최고가 의류. 물론 "파워고객"으로 구별해 "특별관리"를 한다. 기념일에 금으로 만든 명함 케이스를 제작해 선물하기도 한다. 브랜드 신상품이나 정보들을 고급스런 DM에 담아 발송한다. 맨스타도 "블랙라벨"이라는 이름으로 1백만~2백만원선의 고가 라인을 따로 운영중이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3개월에 한번씩 자세한 맞춤 상품정보가 담긴 DM을 보내준다.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는 비즈니스 코디전략 등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담긴 생일 축하 카드도 보내는 "맞춤 서비스"를 실시한다. 5월과 12월에는 고급 제품을 사은품으로 전달하고 연말에는 점별로 우수고객을 선정해 오페라나 디너쇼같은 문화 이벤트에 초청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새로 개발된 1백50수 복지로 한벌에 1천5백만원짜리 양복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역시 "부자마케팅"의 하나다. 올해부터는 대표 브랜드인 갤럭시 라인을 좀 더 세분화해 로열고객들의 다양한 구미를 충족시키는데 힘쓸 계획. 새로 선보인 예복성 정장 "세빌로우 라인"이 그중 하나다. 갤럭시 탄생 20주년을 맞아 고가 라인인 카디날을 좀더 나눈것. 정통 영국풍 고급 클래식 양복점이 모여있는 영국의 패션가 거리 이름을 땄으며 1백50수 세번수로 만들어 옷태가 살아난다고. 패션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값을 따지지 않고 최고급품을 찾는 고소득층의 주가는 올라간다"며 "이들을 해외 고가 수입품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남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마케팅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