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 사는 정모씨(45.주부)는 지난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만 2천5백여만원을 썼다. '초우량 고객'으로 분류된 정씨의 쇼핑 모습은 일반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백화점측이 제공하는 특별한 서비스 때문이다. 승용차를 몰고 백화점에 도착한 정씨는 키를 도어맨에게 맡기고 10층에 위치한 VIP룸(자스민클럽)으로 직행한다. 그는 PDP TV 등 홈시어터 시스템이 갖춰진 이 곳에서 차 한잔을 들며 보그 노블레스 등과 같은 고급 잡지를 본다. 스킨케어룸에 들러 피부 마사지를 받는 것도 필수 코스다. 백화점들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한 VIP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우량고객 관리를 통한 '수성(守城) 마케팅'이 절실하다. 강남의 한 백화점 점장은 최근 "대내외적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부자 고객들마저 지갑을 닫게 되면 백화점으로선 치명타"라고 VIP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량고객들이 일으키는 매출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 고객이 일으킨 매출은 전체의 17.2%, 상위 5% 고객의 매출 비중은 38.8%로 나타났다. 상위 20% 고객의 매출 비중은 무려 79%에 달했다. 2 대 8의 파레토 법칙이 백화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CRM팀 김봉호 수석부장은 "VIP 마케팅은 수익이 나는 곳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효율적 자원 사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량고객은 누구이며, 어떤 혜택을 받고 있을까. 점포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백화점들은 통상 연간 구매액이 2천만원을 넘는 고객을 VIP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자사카드 이용 실적을 기준으로 0.3% 이내에 드는 2천여명을 MVG(Most Valuable Guests)로 관리한다. 이들의 연 평균 구매금액은 무려 2천5백만원.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의 우수고객도 연간 구매실적이 평균 2천만원을 웃돈다. 백화점마다 앞다퉈 VIP 마케팅에 나서면서 우수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VIP룸 설치, 발레(Vallet) 파킹, 기념일 선물 증정, 구매금액 할인 등은 이젠 기본적인 서비스가 됐다. 요즘은 우수고객들에게만 다이렉트 메일(DM)을 보내 패션쇼 콘서트 연극공연 등에 초대하거나 관광지 여행을 떠나는 등 백화점들의 '구애(求愛)'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가수 조용필씨의 콘서트 1회분 티켓을 모두 확보해 서울은 물론 대전 수원 천안 등 점포가 있는 지역의 우수 고객들을 초청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1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우수고객을 위한 '홍콩페스티벌'을 열어 경극공연, 딤섬 시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박승희 홍보팀장은 "고객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일"이라며"백화점간 우수고객 지키기 경쟁은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