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국인들의 관심이 대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은 '제3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이 그것이다. 미국 USA투데이는 13일 "9·11테러 이후 미국내 산업스파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며 "이들은 테러리스트만큼이나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테러전쟁으로 산업계 보안 공백=미 상공회의소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공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천 1천대 기업들이 산업스파이 때문에 피해 본 액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지난 2001년에는 5백90억달러에 이르렀다. 활동방식도 △대상기업으로의 위장 취업 △위장 컨설팅회사 설립 △종업원 매수 등과 같은 전통적 방식에서 첨단 장비를 동원한 네트워크 침투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1만달러짜리 도청장비를 사용하는 산업스파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PwC의 기업보안담당자 제이 에렌라이히는 "최근의 증가세는 산업스파이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FBI CIA 등 정보기관 요원들 다수가 대테러전쟁에 집중 배치돼 산업계의 보안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변화의 속도가 빠른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도 산업스파이들의 활동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가 주 타깃=FBI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실리콘밸리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당한 산업스파이 사건은 전년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최소 20개 국가 출신의 산업스파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주가나 기업신용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해 정보유출 사건을 숨기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NEC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이들 회사는 전세계 기업들과의 무역정보가 담긴 데스크톱 컴퓨터의 칩을 도난 당했다. 범인들은 이 정보를 중국정부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 1월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체포된 산업스파이는 자신이 근무하던 반도체 장비회사의 기술을 중국기업에 불법 유출한 것으로 재판 결과 밝혀졌다. FBI측은 "중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 출신의 산업스파이들이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