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생보사의 CEO(최고경영자)들이 '한국문화 배우기'에 적극적이다. '현지경영에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문화부터 먼저 알아라'라는 경영ABC를 실천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한국문화 사랑엔 그런 것을 뛰어넘는 특이함이 있다.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 사장(40)은 최근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작년 말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결혼식을 가진데 이어 지난 8일엔 서울 힐튼호텔에서 임직원과 FC(재무컨설턴트) 등 지인 8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로연을 가졌다. 신부는 씨티은행 전산파트에 근무하는 박성희씨(33)로 케네만스 사장이 주택은행 전산정보부에 근무하던 시절(2000년5월~2001년12월) 처음 알게돼 2~3년 동안 교제해 왔다. 케네만스 사장은 요즘 회사 모임에서 한국 노래를 유창하게 부를 정도로 노래연습을 하는 등 한국문화 배우기에 '열성적'이다. 지난 1995년 이후 8년째 서울생활을 맞고 있는 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평소 "한국의 미는 절제돼 있고 심오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서울 인사동과 경주다. 인사동은 워낙 많이 다녀 눈감고 지도를 그릴 정도다. 골동품점들과 찻집, 그리고 한정식집뿐만 아니라 떡집까지도 통달했다. 웬만한 사람보다 인사동에 대해 더 안내를 잘할 수 있다고 그는 자부한다. 캉페아뉘 사장은 또 틈만 나면 국내 곳곳을 돌며 한국 공예품이나 도자기, 골동품을 찾는다. 소품을 사서 집을 장식하기도 하고 때로는 일정기간 저축해서 갖고 싶은 골동품을 수집하기도 한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스튜어트 솔로몬 사장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 마니아'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뉴욕 토박이지만 우리말은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그는 1996년 만들어진 '문월회'라는 도자기 동호회에 창립멤버로 가입,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국에 대한 정(情)을 키워가고 있다. 한 달에 한번씩 문월회 모임을 갖고 분청사기 등 도자기 공부를 하거나, 도요지(陶窯址.가마굽던 터)에 함께 답사를 간다. 3년 전엔 고구려유적지 답사를 위해 중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솔로몬 사장은 또 '서울 해쉬(Seoul hash)'라는 조깅 모임에 빠지지 않는다. 주로 외국인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 그는 96년 가입해 회장까지 역임했다. 모임 회원들은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곳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달린다. PCA생명의 마이크 비숍 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애정표현에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구정때엔 1백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줄 선물을 일일이 고르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PCA의 기업이념처럼 "직원들과 고객을 존중하고 경청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과의 대화의 시간 또는 직원과 함께 하는 사내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말단 직원이라도 사장에게 제안할 내용이나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사장실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는 때로는 스피드를 즐기는 레이싱 마니아이기도 하다. 가끔씩 용인과 창원의 스피드웨이를 찾아 마음껏 달리며 한국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