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홍창선 < KAIST 원장>-임병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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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신입생을 확보하라.'
3월 개강을 코앞에 두고 입학생 추가등록을 받고 있는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일 마감된 2003학년도 정시모집 1차등록 결과 대학마다 이공계 학과의 정원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과 출신의 우수한 고교 졸업자들이 공대나 자연대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여전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CEO가 만난 모교 총장, 이번에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창선 원장과 보안소프트웨어개발회사인 인젠의 임병동 사장이 만나 '이공계 살리기' 등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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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동 사장 =KAIST 출신들은 학창시절부터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많이 접해볼 수 있어 실용적인 학문을 할 줄 아는 인재라는 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실용성보다는 학문적 연구성과를 중시하고 있죠.
가장 실용적이어야 할 이공계 학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대학들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실용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 홍창선 원장 =KAIST는 현재 많은 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 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프로젝트를 추진케 하고 있으며 학사과정 학생들도 인턴제 등을 통해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체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정보화시대를 맞아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는 반면 대학은 여전히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문제는 이렇듯 기업들은 대졸 인력의 수준이 미흡하다고 여기며 재교육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현실을 보면 고학력자는 과잉공급되는 가운데 첨단연구 인력과 중소기업 수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 임 사장 =그렇다면 대학간 차별화를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요.
▲ 홍 원장 =정부가 나서서 인적 자원의 수급관리를 위한 장기계획에 따라 대학별로 선택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4년제 대학 수가 올해 2백개교로 늘어날 정도로 너무 많고 대학간 학문의 차별화도 안되고 있죠.
대학별로 평가기준을 다르게 하고 인재양성의 목적도 정확히 제시해 줘야 합니다.
▲ 임 사장 =동감합니다.
우리처럼 모든 대학들이 전학문 분야를 가르치는 곳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죠.
특히 정보기술(IT) 등 국가발전의 중요한 기틀이 되는 이공계는 정부차원에서 대학정원이나 특성화방안 등을 규정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 홍 원장 =아울러 이공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들도 자기 전공 외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KAIST는 학생들이 인접 학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도록 최근 '리더십 강좌'를 운영,재계의 CEO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전문가 강의를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하고 있습니다.
'겸직교수제'를 실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 임 사장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공계 출신 중에 자기전공에만 너무 집착해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가 있죠.
이를 위해 이공계 분야의 종사자들도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많은 이공계 종사자들이 젊을 때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인정받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자기진로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홍 원장 =그렇습니다.
연구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들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대학에서 이런 교육을 필요로 하지만 가르치는 교수들도 아직까지 경험이 없다는 것이죠.
▲ 임 사장 =수험생 수가 줄어들면서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학생들은 이공계 학과보다는 의대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 홍 원장 =KAIST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에 앞서 사회적으로 이공계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 임 사장 =맞습니다.
사회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가치창조'를 하는 이공계 분야의 연구인력이죠.
국가정책적으로 처우를 개선해주고 다른 학문영역을 재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 사회의 리더로 키워내야 합니다.
▲ 홍 원장 =흔히들 벤처기업을 얘기할 때 기술은 뛰어난데 마케팅이나 자금조달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요즘은 벤처사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보면 잘되는 회사도 없고 망하는 회사도 없는 것 같아요.
▲ 임 사장 =벤처는 IMF 구제금융기에 대기업에서 구조조정 당한 인력들을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집중 육성했죠.
정부 지원도 많아서 재작년에만 1조5천억원의 국가보증사채가 발행됐고 지난해에도 많은 자금 지원이 있었죠.
문제는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경쟁력'을 따지지 않고 이뤄지면서 퇴출당해야 할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는 것이죠.
▲ 홍 원장 =최근 인터넷대란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보안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동시에 국내 인터넷 관련업체들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 임 사장 =이번 인터넷대란을 통해 공공 금융 기업 등 모든 업종에 걸쳐 전반적인 보안환경을 재점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게 사실입니다.
인젠은 올해 창립 5주년을 맞아 '수익성 강화'와 '시장주도'라는 목표하에 대표적인 보안업체로 자리매김하려고 합니다.
▲ 홍 원장 =KAIST도 '비전 2010'이란 발전계획을 세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오시스템학과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과학기술학 나노과학기술 문화기술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지난해 6월 중국 칭화대, 삼성과 함께 상호 인적교류 및 차세대 미래핵심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산.학협력과 국제협력을 도모하고 있죠.
생명과학분야 연구를 위한 '바이오모델 시스템파크'를 지난해 11월 완공했으며 현재 종합네트워크 강의동과 정문술 빌딩 등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26명의 외국인교수를 유치한데 이어 외국인 학생기숙사를 확충하고 영어교과목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졸업생 사후관리 차원에서 서울에 있는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희망자를 대상으로 졸업생 단기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