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사담 3월 선물계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사회가 로또열풍을 앓고 있지만 적어도 도박에 관한한 미국이 한수 위다.
로또복권의 원조격인 '메가 복권'등 당첨금이 수억달러에 달하는 복권들이 수두룩하다.
세계 최대 도박장인 라스베이거스를 비롯 웬만한 동네에는 크고 작은 도박장들이 하나둘씩 있는 건 기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도박장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카지노를 그래로 온라인상에 옮겨놓은 것은 물론 주요 스포츠이벤트의 결과를 맞히는 도박도 성행한다.
월드시리즈(야구) 슈퍼볼(풋볼)등이 열리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판돈이 걸리기도 한다.
스포츠 하한기인 2월은 평소 온라인 도박도 뜸한 계절.하지만 "하늘 아래 베팅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미국 도박계의 격언(?)이 무색하지 않듯 요즘 새로운 이슈가 도박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스포츠경기 결과를 맞히는 내기를 주로 하는 트레이드스포츠닷컴(TradeSports.com)은 사담 후세인의 축출과 관련한 선물상품을 만들어 사고팔게 하고 있다.
현재 '사담 3월 선물계약'은 37~38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후세인이 3월말까지 축출될 확률이 37~38%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담 6월 선물계약'의 경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증거를 제시한 이달초 59에서 81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75~76선으로 떨어졌다.
돈을 거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슬레이트닷컴(www.slate.com)이란 유명 웹매거진은 이라크전쟁 가능성을 수치로 만든 '사담미터'를 매일 올려놓는다.
지난해 11월 50%선이던 이 지수는 최근 95%까지 올라갔다.
전쟁을 대상으로 하는 내기는 투자일까 도박일까.
트레이드스포츠닷컴의 존 딜란니 CEO는 "현재 1만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사담선물'의 경우 금융파생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월가의 투자은행 출신답게 "이 지수가 석유가격선물지수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도박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참혹한 전쟁까지도 돈벌이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미국 자본주의의 한 단면인 것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