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유럽 몰락 시나리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50년 새해 아침.유럽인들은 반세기 전 유럽연합(EU) 동진 확대를 눈앞에 두고 강한 유럽합중국 탄생에 대한 기대로 설레던 그 때를 되돌아보며 한숨을 내쉰다.
세계의 중심축은 이제 아시아로 옮겨졌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경제 구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EU 회원국이 30개국으로 늘어났지만 유럽의 역할은 초라할 정도로 위축됐다.
유럽이 세계경제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2%에서 12%로 떨어졌다.
반대로 중국의 경제 규모는 16%에서 25%로 증가했다.
여기에다 한국과 일본 아세안을 합치면 아시아가 세계 경제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미 대륙은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출산율 정체와 인구 고령화문제를 제때 대처하지 못해 경제활동인구가 격감했고,생명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 등 신기술 연구개발도 뒤처져 세계경제의 변방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유럽인들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이 시나리오는 21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소설의 일부가 아니다.
최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가 발표한 '21세기 세계교역 전망'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필립 콜롱바니는 "보고서 내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현실이 될 수 있는 악몽을 피하기 위해 유럽이 택해야 할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졸고 있는 유럽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충격요법이란 것이다.
파스칼 라미 EU 무역위원장도 보고서 발표 직후 '유럽이 21세기 세계경제 구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EU차원의 공동 산업경제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년 후면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축이 될 것이란 내용에 우리가 우쭐대며 자만해서는 안된다.
유럽은 이제 가상 시나리오를 통한 위기의식을 절감하며 EU차원의 총체적 미래전략을 세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도 국가미래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분홍빛 청사진이 아니라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때 그 그늘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