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신의 물고기'라 불리기도 한다. 새끼 손가락만한 몸동아리로 어디인가 알 수 없는 먼 바다로 나갔다가 어른이 되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어김 없이 돌아와 새 생명을 뿌려놓고 죽는 연어에게 아주 어울리는 호칭이 아닌가 싶다. 요즘 연어 치어들이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도립연구소에서 인공부화한 치어들이 방류되고 있는데 올해는 전년보다 41% 많은 1천4백75만마리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방류사업은 해가 갈수록 성과가 두드러져 회귀율이 1.5%로 점차 늘고 있으며 남대천 등 동해안 하천으로만 오르던 연어가 이제는 섬진강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들린다. 인공부화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암컷의 배에서 오미자빛 붉은 알을 채집한 뒤 수컷의 우유빛 정자를 짜서 알과 함께 섞는다. 인공수정 성공률은 95%이며 60일이 지나면 알은 부화된다. 치어들은 하천에서 두달 정도 머물면서 3∼4년 후에 돌아올 모천(母川)의 냄새를 익히게 된다. 학자들은 연어가 1억분의 1까지도 알아내는 놀라운 후각을 가졌다고 말한다. 방류된 연어는 홋카이도 수역을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으로 기약 없는 여정에 들어간다. 마치 먼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물새떼와 고래 바다표범 등의 습격을 받으면서도 그야말로 필사적인 유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어는 고기와 알의 맛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연어를 말리거나 소금으로 간해 먹었고 알은 젓갈로 담가 먹었다. 어족자원이 점차 줄어들자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는 '북태평양 수산위원회'를 구성해 협약수역내의 남획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바다에서는 모천국 외에는 어느 나라도 고기를 잡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연어는 산란기간 중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체내 지방을 소비한다고 한다. 번식을 위해 스스로가 만신창이가 된 채 죽어가는 온전한 희생이다. 먼 훗날 돌아올 연어 치어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다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