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의 모든 세계분쟁은 새로운 안보질서를 가져왔다. 1차 세계대전은 국제연맹을 탄생시켰으며 유럽지역의 세력이 재편되는 결과를 낳았다. 2차 세계대전은 국제연합(UN)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통화기금(IMF) 등 숱한 국제기구를 양산했으며 소련과 미국의 양극체제를 불러 왔다. 지난 2001년의 9·11테러는 또 다른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선 3차 세계대전으로 불릴 만한 혼란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가 필요함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목격된다. 이전에 봐왔던 동구와 서구를 나누는 이분법적 체제가 아닌 질서 진영(order)과 무질서 진영(disorder)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양극화다. 질서 진영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러시아,인도,중국 등 4개의 축과 그 중심 국가들을 둘러싼 나머지 군소 국가들이 속해 있다. 반대로 무질서 진영에는 라이베리아와 같이 실패한 나라와 이라크 북한과 같은 불량(rogue) 국가,그리고 실패하기에는 너무 크고 같이 일하기엔 너무 혼란스런 국가들(파키스탄,콜롬비아,인도네시아,대부분의 아랍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무질서국은 역사상 늘 존재해왔지만 오늘날만큼 이들의 존재가 강력한 때는 없다. 세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돼 있어 소수 집단의 잘못된 판단이 즉각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9·11테러는 국가만큼 강력해진 불순한 집단의 개인과 국가간의 갈등이 표출된 전형적 사례다. 질서진영의 4개 중심축에 속하는 국가들은 이런 무질서 세력을 차단,세계 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국은 이런 사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보다 미국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단독으로 무질서국을 관리해야 한다면 미국인들은 쉽게 지쳐 이 작업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 존스 홉킨스대의 마이클 만델바움 교수는 "세계 질서 안정에 위협이 되는 것은 미국의 과도한 권력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안정화시키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미국의 실제 권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만일 다시 한번 9·11테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면 미국의 열린 자세는 1백80도 바뀔 것이며 세계화의 물결도 막을 내릴 것이다. 또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3중 검문을 받게 될 것이며 결국 세계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침체기에 빠져들게 된다. 중국은 현재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수출 상품의 40%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하면 중국의 성장 전략은 달성이 불가능해지며 정치·사회는 불안해진다. 현실이 이런데도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주의해야 할 것은 미군이 중국 국경을 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아니라 또 다른 테러로 인해 중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이 글은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17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기고한 'China ought to be helping'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