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3부 : (3) '한경 학부모 경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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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감(感)이 잡히네요."
한국경제신문이 '우리 아이 경제교육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18일 서울 구로구청 강당에서 마련한 '학부모 경제교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최정림씨(42.서울 구로구 구로동)는 김정훈 원광대학교 교수(생활과학대학)의 강의내용을 메모지에 받아적느라 여념이 없다.
깨알 같이 적은 강의내용 옆에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한 빨간 글씨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며칠 전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를 야단쳤지요. 핸드폰 요금이 20만원가량 나왔더라고요. 네가 쓴 돈이니 네 용돈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동안 내가 이 아이에게 '돈'에 대해 뭘 가르쳤나 하는 회의가 들더군요."
최씨는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서점에서 책도 뒤져보고 주변 사람들의 자문도 구해 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10대에게 경제교육을' 기획시리즈를 보게 됐어요. 구로구에서 강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이제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 좀 잡히네요. 오늘 들은 내용만으로도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날 '학부모 경제교실'에는 4백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30∼40대의 여성부터 아이를 데리고 온 중년 남성, 방학을 맞아 시간을 냈다는 초등학교 교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에 호흡을 같이 했다.
모인 사람들의 연령대나 직업은 각각 달랐지만 강의에 참석한 이유는 한 가지.
경제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막막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 학부모의 54.0%가 자녀 경제교육의 애로사항으로 '교육방법의 부재'를 꼽았듯이 학부모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방법론'에 목말라했다.
김 교수의 이날 강의에서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대목도 바로 '용돈교육을 어떻게 시킬까'라는 부분.
용돈교육이 왜 필요한지, 몇 살때부터 용돈을 주는게 바람직한지, 용돈의 규모는 얼마여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진행될 때 강의장은 유달리 조용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와 같이 왔다는 김수연씨(38)는 강의가 어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에는 어디에서 학부모 교실이 열리느냐"며 되물었다.
"자식에게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잖아요. 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유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주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앞으로 경제교실이 열리는 곳마다 찾아다닐 작정입니다."
강의를 마친 김 교수는 "경제교육은 학교에서 시켜주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역시 부모"라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