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서 멀지않은 폴스처치에서 생선 뷔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교포사업가 김씨는 최근 매출이 30% 줄었다고 울상이다. "이라크전쟁이 곧 일어날 모양이죠.손님이 없어요. 며칠 전 어머니날 다음으로 외식을 많이 한다는 밸런타인데이였잖아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댔어야 하는데 한가했어요." 워싱턴DC 레스토랑들도 마찬가지다. 국토안보국이 테러경계령을 5단계 중 두번째로 위험한 오렌지경보로 높인 후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라크전쟁과 테러 불안감으로 외출을 삼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소규모 비즈니스는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개인생활에도 전쟁의 불안감이 파고 들고 있다. 기자가 사는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휘발유값은 한두달 전만 해도 갤런당 1달러50센트(보통기준)였다. 전쟁위험이 높아지면서 오름세가 빨라지더니 지금은 1달러70센트다. 휘발유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은 갤런당 2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미국의 휘발유값이 한국보다 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의존도가 워낙 높아 휘발유값이 조금만 올라도 서민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자동차를 안타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소비를 줄여야만 하는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다. 일부 계층은 지난 주말 세계 전역을 뒤흔들었던 전쟁반대시위에 위안을 받는 듯했다. 미국 안방은 물론 유럽·아시아 지역에서 울려 퍼진 반전시위의 함성으로 전쟁이 늦어지거나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내리막길을 걷던 증시가 숨을 골랐고 국제유가 상승세도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방침은 확고해 보인다. 중동지역에 파견된 미군이 벌써 20만명을 넘었다. 교포사업가 김씨의 바람은 딱 한가지다. "전쟁이 나든 안나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실제 총성이 울리면 휘발유값이 떨어질지 모르죠.장사에는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거든요." 김씨의 우려대로 지금 미국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불안감과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