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검찰의 사전교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과정에서 새 정부 관계자와 교감이 이뤄졌다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재벌과 관련해 제기한 문제에 대한 수사가 폭넓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대다수 핵심 측근들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기획수사는 아니며,새 정부와 관계없는 검찰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의 재벌정책과 연계지어 보려는 일각의 분석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해서 SK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거나 과잉 수사라고 판단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재벌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대표적인 시민단체에서 고발했으니 검찰이 진상규명을 위해 당연히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는 "SK그룹 수사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사후 경위를 알아보니 검찰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수석 내정자는 18일 오전 실무자들로부터 업무를 보고받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크게 역정까지 냈다는 후문이다.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일상적인 업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미묘한 시기에 SK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데 대해 일부 측근 참모들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노 당선자가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정책과 제도, 법제화를 통해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거듭 밝혀온데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나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대기업들과 정부의 원만한 협조관계 구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 당선자가 재계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손길승 회장과 만나 "잘해 보자"며 손을 잡은지 며칠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기업 자율은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경영진(오너)들의 잘못된 관행은 정권 초기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경파들도 적지 않다. 어떻든 새 정부는 이번 수사와 별개로 앞으로 지속적인 재벌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의 '기본 코드'가 그런데다 시민단체 등의 활동이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검찰이 됐든 공정거래위원회가 됐든 금융감독당국이 됐든 사안별로 주관 부처나 기관이 법규 위반과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데 적극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