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만 파고는 못살아!' 몇해전까지만 해도 한 우물을 파는게 기업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엔 한우물만 파서는 도저히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 '종합' '장르 파괴' 등의 이름으로 다변화.다각화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인 '포털'과 '게임'간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게임은 포털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포털 역시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각광받는 게임으로 손을 뻗치는 추세다. 또 게임시장의 강자인 비디오 게임업계들도 온라인게임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오로지 한길'을 버리고 서로 다른 장르(영역)간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국시장은 올해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된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온라인게임 영역을 파고들기 위해 공을 들여온 온라인 비디오게임시장이 열리는 것. 세계 게임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는 오는 4월부터 국내에서 나란히 온라인 비디오게임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장은 비디오게임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소니와 MS의 한국진출이 지난해에서야 이뤄진데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는 국내 게이머들의 속성 때문에 두 거대 비디오게임사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고전을 해왔다. 하지만 게임 느낌이 손으로 전해 오는 생동감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비디오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게 될 경우 무풍지대는 순식간에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한다. 소니와 MS가 빈약한 게임기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비디오게임 서비스를 밀어붙이는 이유다. 국내 게임시장에선 갈수록 온라인게임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PC게임개발사로 유명한 판타그램 소프트맥스 등은 이제 더 이상 PC게임 개발업체가 아니다. 지난해 온라인게임으로 사업을 전환한 후 PC게임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다. PC게임 유통사인 한빛소프트와 써니YNK도 올들어 온라인배급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중인 게임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용이다. 엔씨소프트 액토즈소프트 넥슨 등 주요 개발사들은 그동안 특정 게임에 의존해온 사업모델을 버리고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포스트 '리니지' 시대를 이어갈 대작게임을,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의 전설 2'을 대체할 성인물 발굴을 위해 장르간 경계를 허무는데 도전하고 있다. 게임은 이제 국내 포털업체들에도 핵심사업이다. 게임을 빼 놓고서는 수익모델 다각화를 애기할 수 없을 정도다. 게임과 포털의 결합을 가장 먼저 시도한 업체는 NHN. 순수 웹게임포털인 한게임과 포털인 네이버가 만난 NHN은 초기의 우려를 깨고 폭발적인 성장력을 보여줬다. NHN 비즈니스 모델에 시큰둥하던 경쟁포털들도 이제는 앞다퉈 게임사업에 나서고 있다. 야후코리아 다음은 물론 엠파스 네이트닷컴 하나포스닷컴 등 내로라 하는 대다수 포털들이 게임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게임과 포털의 융합추세는 최근들어 게임포털이 일반 포털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현상도 낳고 있다. 종합 포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넷마블과 게임팅을 통한 게임포털 사업을 추진하는 엔씨소프트가 바로 대표적 사례다. 김형호.장원락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