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대참사는 지하철 당국이 안전 수칙을 무시한 채 안일하게 대처한 `人災'로 판명됐다. 이같은 사실은 경찰이 두 전동차 가운데 희생자가 더 많은 1080호의 기관사 최모(39)씨에 대한 1차 조사에서 밝혀졌다. 1080호 전동차의 사망자는 70여명으로 추정돼 지금까지의 사망자 53명을 넘었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대구역을 출발해 중앙로역으로 갈 때 지령실로부터 `전도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화재 현장에 전동차가 계속 진입해 대형참사를 빚게 한 큰 원인이 됐다. 대구지하철공사 차량운영부는 "기관사는 운행 중 전동차를 정지할 수 있다"면서"후진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기관사 최씨가 단순한 사고로 오판해 사고현장에 계속 진입한 것이다. 또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주의운전 통보 이외에는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고 밝혀 지령실의 안일한 대처가 여실히 증명됐다. 지령실은 정확한 사고상황을 알 지 못하면, 일단 전동차의 진입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했으나 무사안일하게 대응한 것이다. 경찰은 이같은 상황에서의 안전 수칙 요령을 파악해 지령실 관계자와 기관사의 과실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경찰은 또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한 뒤 역을 통과하려 했으나 단전조치로 가동이 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지하철 공사 관계자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관사 최씨가 뒤늦게 10분후 전동차 문을 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는 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parksk@yna.co.kr